열정은 실망은 동전의 양면

20대 중반의 나. 노무현을 참 좋아했고 개혁국민정당 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다. 그중에는 시민이 깨어 있어야 한다던 꽃집 아저씨도 있었고, 나중에 국회의원도 한 사람도 있었다. 정치인 노무현도 개혁국민정당도 참 즐거웠고 열정의 순간이었지만, 결국 큰 실망과 후회로 다가왔다.

문재인 녹색당. 사십의 나이에 다시 마주하는 그때의 기억. 이제는 실망해도 후회해도, 나는 안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에 포기하지 않는다.

살아 있는 한 끝없이 반복되는 열정과 후회.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멀지 않는 곳에 도돌이 표가 있다.

초등학교 1학년, 그때의 뚜렷한 기억 하나.

그 시절 한 달에 한번 정도 우리집을 찾아오던 거지가 한명 있었다. 엄마는 늘 마다않고 식사를 차려 대접했다. 거실 문간에 앉아 밥을 먹던 그 거지의 모습. 어린 그 시절의 나에게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버지는 돈을 줘서 보내지 왜 그렇게까지 하냐 엄마를 타박했지만, 엄마는 늘 밥을 푸고 찬을 꾸려 식사를 대접했다. 우리가 먹는 똑같은 그릇과 수저 젓가락으로. 식사를 마치면 그 거지는 엄마가 손에 쥐어주는 얼마 안되었을 돈을 받고 떠났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없는 지금,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호의가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 마음의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에 비가 내린다. 오늘은 이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왜 인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눈물이 쏟아졌다. 봄이 온 것이다. 찬란한 봄.

그 시절 거지도 염치를 알았다. 기꺼이 문간에 앉아 식사를 했고 문고리가 닳도록 찾아오지도 않았다. 나눠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염치를 알고 사람의 인정을 알았던 시절. 우리 엄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받는 거지도 염치를 알았다.

그때의 그 광경이 내 기억속에 뚜렷한 것도, 세상을 알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며 사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따스한 사랑을 온전히 받고 자란, 축복받은 사람이었다는 것.

엄마가 보고 싶다.

 

지방의 연령 노령화는 정치 퇴행의 굳건한 산성

얼마전 보궐선거 출마자 한 사람이 방송하는 것을 들었다. 지역은 경북 상주,군위 … 몇개의 시군이 묶인 선거구. 이전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자가 낙선 인사를 다녔는데, 당선자 김재원 의원이 당선 인사를 하러 그곳에 왔다. 김재원 의원이 열심히 당선 인사를 다니는데, 그 행사장의 사람들이 수군거리를 ‘누군데 여기 와서 인사하고 다녀?’

이게 노령화된 지방의 현실이다. 지방 시군이 다 그렇다. 지역 행사라고 열면 앞자리에 쭉 자리를 점령하고 앉아있는 노인들. 이 나라 어디를 가도 지방 시군은 인구구조가 모래시계형이다. 2~30대 젊은 층이 드물지. 정책과 인물로 사람을 검증하는 것은 사라진지 오래. 그저 바람이 불면 그 바람을 따라 찍고 찍고 찍고. 호남에서는 반문의 바람이, 영남에서 반민주의 바람이…

이런 퇴행적 구조에 동승하면 호남에서는 국민의당 국회의원이 되고 영남에서는 자유당 국회의원이 된다. 퇴행의 장본인들이 새정치와 정치개혁을 들고나온다. 그러면 바람이 분다. 이게 바람만 요란한 이 나라 새정치의 본질이다. 수십년 한 정당이 그 지역을 독점하면 어느 순간부터 진보 보수의 개념은 사라지고, 퇴행만 남는다. 이게 오늘 날 지방 정치의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