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한문은 다르다.
한자를 알면 한문을 이해하는데 도움은 되겠지만, 한자를 아는 것과 한문을 아는 것을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보수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그 뼈대가 된다. 자칭 보수를 자처하는 조선일보는 영어와 한자가 이 나라와 민족이 살 길이라고 아까운 종이 허비하며 말을 한다. 조선일보만 봐도 우리나라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모순된 행동을 쉽게 볼 수 있다.
굳이 조선일보가 말했다고 해서, 한자와 영어를 알면 모르는 것 보다 100배 아니 그 이상으로 낫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알아서 나쁠 것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으니까.
나는 한자교육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효율성에 의문을 표시할 뿐이다. 국한혼용체 시대도 이제는 지나고 시대의 흐름은 한글 전용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시대는 한자보다는 영어가 분명히 더 많이 사용될 것이고 그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 한글이 더욱 더 자리를 잡아가게 될 것이다.
말과 글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한자를 몰라서 불편하고 이해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말과 글을 가꾸고 사용하지 않으려하기 때문에 불편하고 어려운 것이다. 우리 말과 글에 맞게 말글살이를 고쳐가는 것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한자식 조어법과 표현에만 의지하다 보니 우리 말과 글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말글살이의 불편함을 한글만 사용해서 한자를 몰라서라고 둘러대는 것은 한자에 대한 깊은 타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자를 빌어 말글살이 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아름다운 우리 한글이 더욱 빛을 발하고 그 쓰임이 깊어져야 하는 시대이다.
한자 없이 우리 글로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번역이 중요하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자로만 쓰여진 우리 무형의 유산들을 우리 글로 번역해야 한다. 에머슨의 말처럼 번역본을 놓고 원본을 보는 것은 다리를 두고 수영으로 건너는 것과 같다. 좋은 번역본이 많아지면 자연스래 한자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말글 살이에 대한 불평은 우리 말글 자체에 대한 불편이 아니라 빈약한 현실의 반영이다.
그래서 한자교육도 필요하고 전문가를 양성 할 필요가 있다. 한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말글을 위해서 한자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한자를 알아서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한자를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이다.
고전에 대한 번역 작업이 부실한 현실아래 한자 교육이 힘을 얻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 사람들이 과연 우리 말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한자 교육을 강조하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찌되었든 한자가 필요하기는 필요한 시대이다.
덧글.
요즘 책을 많이 읽다보니 자연스래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데 내가 읽고 싶은 상당수 책들이 번역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제가의 저 유명한 저서 백화보서는 꼭 읽고 싶은 고전이지만 한문 원서 마저 구할 수 없다. 원서를 구해도 소용없기는 매 한가지 이지만, 주옥같은 우리 선조들의 고전을 구할 수도 없는 현실앞에서 한자를 안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다.
칸텔리 형처럼 한문 서적을 술술 읽고 이해하는 사람이 요즘 부럽다. 그래서 나도 한자도 배우고 한문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영어 공부에 투자한 시간만큼 투자하면 한문 서적을 술술 읽을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내 능력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20년을 투자하고도 난 변변한 영어서적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한자를 배워서 한문을 이해하는 것 보다 좋은 번역본들이 많아져 한자를 배울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새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좋은 자양분 될 것이라 확신한다.
칸텔리 형처럼 필요한 사람만 한자를 배워도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한자를 아는 것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 할 뿐더러,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칸대인께서 백화보서를 번역한다면 이 얼마나 기쁜 일이겠는가.
동감, 온국민에게 한자 몇개 가르치는 것보다 몇몇 한문 전문가를 양상하는게 급선무죠…중국어 하고 싶은 사람은 어차피 거기에 맞쳐 한자 공부를 할테니까 학교가 나서서 한자 공부에 열을 낼 필요는 없는 듯해요.
제 말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요.
물론 공부해서 나쁠 것은 없고, 도움이 되면 되었지 해는 안되지요.
그런데 공부할 것이 세상에 한자뿐이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