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아주 오래전에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기대가 큰 것도 있었지만, 연출의 미약함으로 말미암아 이 영화의 깊은 감동을 느낄 수가 없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에 와서 보아도 연출의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가 품고 있는 사랑이라는 거대한 가치는 새삼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요즘 내 몸과 마음이 심히 지친 구석도 있지만, 갑자기 이 영화가 보고 싶었다. 한 달을 미루고 미루다 오늘 보게 되었다. 영화 포스터에서 보이는 저 폭포 장면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예전에 보았던 그 맨송맨송한 영화가 아니었다. 가브리엘 신부 이전에 선교를 떠났던 신부의 폭포 아래 돌무덤은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미리 보여주는 듯했다. 십자가에 묶여 폭포수 아래로 떨어졌던 이름 모를 신부의 순교 장면과 그의 죽음을 기리는 살아남은 자들의 돌무덤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입으로 순교하는 신앙은 많지만, 자기 십자가를 지고 폭포수 아래로 뛰어들 사람은 드물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울었다.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나 자신의 신앙이라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에 영화 내내 하나님에게 내 자신을 묻고 또 물었다.

로드리고는 동생을 죽인 괴로움에 수사가 되지만, 수사가 된다고 그의 괴로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를 새 삶으로 이끈 것은 그가 노예로 팔아치우고 짐승처럼 죽이던 과라니족의 용서였다. 영화속에서 로드리고의 과거를 상징하는 무거운 짐들을 잘라냈던 과라니족의 용서와 그의 눈물을 웃음으로 안아주던 그들의 사랑이 이 영화의 핵심이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제국주의 기독교를 미화한 악랄한 영화라고 욕하지만,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이 복음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도 중요하지 않은가? 사랑하니까 죽을 줄 알고 폭포 위로 기어올라갔고, 죽을 줄 알면서도 과라니족 옆에서 남았다. 기독교를 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사랑해서였다.

신앙은 사랑이다. 절망에서 헤매던 로드리고를 안아주었던 가브리엘 신부의 사랑, 자신들을 죽이고 팔아치우던 노예 상인을 용서하고 보듬어 안아주었던 과라니족의 사랑,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과라니족을 사랑해서 목숨을 내놓은 로드리고와 수사들. 주교의 명령에도 그 누구 하나 과라니족을 떠나지 않았다. 로드리고가 고린도 전서 13장을 읽을 때, 흘러나오는 나의 눈물은 신앙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사랑은 신앙의 모든 것이며, 모든 것 중의 제일이며 완성이다.

사랑앞에서는 문명인도,미개인도 없으며, 너와 나도 없으며, 우리뿐이다. 우리는 우리기때문에 헤어질 수 없으며, 고난앞에서 죽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

이 영화를 처음 접할 때는 신앙의 선배들의 순교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과 애정으로 바라보았다. 물론 지금도 이 감정은 변함이 없다. 지금의 나는 이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고 있는 것. 십자가에 묶여 폭포 아래로 떨어지는 이름없는 신부의 순교도 가슴 떨리게 나의 마음을 울리지만, 로드리고를 안아주던 과리니족의 모습은 왜 우리가 죽기까지 이래야 하는지를 말해주었다. 로드리고가 가브리엘 신부가 건네준 성경속 고린도 전서 13장을 읽으며 수사로 하나님에게 헌신 한 것도, 우리 삶의 목표가 우리 삶의 주관자되시는 하나님을 어떻게 이해하고 그분의 뜻을 따라야 하는지 말해주고 있음이다.

순교자로써 하나님에게 기억되는 것도 영광이고, 살아서 사랑을 완성해가는 것도 하나님에게 영광이고, 살아서 그 사랑을 쌓아가며 죽음으로 그 사랑을 완성하는 것도 영광이다.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환경과 기회가 다르지만,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이 하나가 되고, 그 사람의 삶이 하나님 앞에서 결정되리라 믿는다.

“하느님은 사랑이오 사랑이 설자리가 없는곳에 난 살아갈 힘이 없오” 고백하던 가브리엘도 옳았고, 가만 앉아서 떼죽음 당하는 과라니족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로드리고도 옳았다.
두 사람 모두 사랑을 위해서 다른 모양으로 율법을 완성하고 죽었다. 이 영화의 내용이 실화라는 사실은 형용할 수 없는 깊은 마음의 울림과 눈물을 가져다 준다.

과연 하나님을 위해서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다.
하나님은 바로 우리를 위해 사랑으로 존재하시는 분이기때문이다.
이것이 진실 변하지 않는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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