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로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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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구해서 듣고 있음…
호로비츠는 좋아하는 분들은 그의 세세한 약음과 천둥처럼 호령하는 강렬한 타건에 열광한다. 게다가 그의 건반은 팔색조의 깃털처럼 다양한 음색과, 투명한 아름다움을 가졌다.

싫어하는 사람들은 베토벤 소나타도 제대로 연주못하는 연주자로 매도하고 간간히 흘러나오는 미스터치를 용서하지 못한다.

전집의 반을 듣고나서 내가 느낀 결론은, 나는 열렬한 호로비츠의 추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에 대해서 비판적인 애호가도 아니라는 사실…

전집의 반을 들고 난 지금, 호로비츠는 빛나는 구석도 많지만, 어두운 면도 정오의 그늘처럼 존재한다는 생각이다.

간간히 흘러나오는 실연의 미스도 지장만 없다면 난 개의치 않는다. 코르토에 비하면 그래도 호로비츠는 양호하지 않은가? 그리고 베토벤도 나름 괜찮게 연주하는 것 같다. 아디지오 악장에서 슬러나오는 구슬같은 음색은 호로비츠의 전매 특허이지만, 그 아름다움을 베토벤에서라고 느끼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그런데 내가 느끼는 호로비츠의 최대 약점은 음색은 아름답고 기백은 넘쳐흐르지만, 집중하기 어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솔직히 1965년 카네기홀 귀환실황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들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게 왜 전설로 남았는지는 의문만 남는다.

슈만에서 보여준 놀라운 피아니즘앞에서는 뭐 이런 군소리도 쏙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만, 호로비츠는 기본적으로 놀라운 재능이 단점들을 가볍게 상쇄하는 피아니스트이다. 워낙에 특출난 재능을 갖고 있어서 당대에 누구도 보이지 못한 피아니즘을 선사하여 청중들에게 기쁨을 주었고, 전설로 남게되었다. 아쉬케나지가 호로비츠를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무시무시한 피아니스트로 회고한 것을 보면 그가 당대에 남긴 영향력을 회고할 수 있다.

그리고 호로비츠가 초창기부터 최말년까지 보여준 수준높은 완성도는 역사상 그 누구도  쉽게 오르지 못한 미완의 산봉오리처럼 높이 솟아있다. sony 에서 남긴 음원들의 녹음 연대로 확인할 수 있지만 피아니스트로는 나이가 적은 아니가 아닌 시기의 녹음들이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다. 손톱에 때까지 낀 최말년의 모스크바 귀환 실황에서 보여준 스크리아빈을 생각한다면 이때는 뭐 청년기의 녹음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80이 넘은 나이에 모스크바 강당을 호령하는 천둥같은 스크리아빈은 지금도 불가사의한 음악사의 전설이 아닌가 싶다. 전설을 신뢰하지 않지만 내 귀로 확인하였으니 이건 내게는 전설의 확인이다. ㅎㅎ

덧글…
디누옹과 채팅중에 한줄 한줄 쓰다보니 뭔 내용인지 나도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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