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교회에 새 신자 한분이 오셨다. 교회가 이렇게 되고 나서 다른 곳으로 가신 집사님이 데려온 분인데, 새신자가 감당하기에 지금의 교회 상황이 어렵다. 이제 막 신앙을 갖으려는 사람의 마음에 교회의 이런 모습과 사람들의 모습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것.
술이 잔뜩 취해서 교회에 오셨다. 마음도 여리고 성실한 분인데, 38살 노총각이다. 아마도 곧 국제결혼을 하실 것 같다. 하나님은 속사람을 보시는데, 사람은 겉사람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셨다.
내가 많이 외롭고 힘드시죠? 물으니 목이 메는 듯 말을 잘 못한다. 내가 손을 잡고 말씀드렸다. 예수님은 형을 사랑하고 계세요. 형의 행복과 기쁨을 간절히 원하시는 분이에요. 외롭고 힘들 때마다 사람을 의지하지 말고 형의 마음속에 찾아오시는 예수님을 만나세요.
내가 첫사랑하고 헤어져서 힘들었을 때, 재수 시절 알게된 형이 나에게 그랬다. 지원아 예수님은 너를 사랑하고 계신다. 그때의 나에게 이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이 말은 내 마음의 중심이었다.
내가 그 형에게 건네준 예수님의 사랑이 그 형에게도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외로움과 절망의 위로자 되시는 주님을 만나게 해주는 가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한참을 이야기 하면서 형의 고민도 듣고, 다시 교회에 나와 새로운 마음으로 신앙생활 하기로 약속했다. 사람이 당장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 이 마음을 잊지 않으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자기 전에 형을 위해서 기도하기로 했다. 형의 순수하고 여린 마음이 사람들에게는 어찌 보일지 모르겠지만, 하나님이 보시기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속모습이라 생각한다. 하나님은 사람의 겉모습을 보지 않으시고, 그 마음을 보신다. 마음이 가난하고 슬퍼하는 자에게 천국이 예비되어있다. 이것이 내 마음에 다가오는 순간, 주님이 내 마음에 오시고. 내 모든 불안과 외로움이 나의 벗이 된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이라는 외로움과 불안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익숙해져가야 하는 성장통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삶에서 그림자는 늘 드리워져 있으며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러나 바꿔 생각한다면 한여름의 태양 아래 그늘보다 더 큰 안식처는 없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 빛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둠도 필요하고, 어둠이 깊어질수록, 새벽이 밝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