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호로비츠가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녹음하는 영상물을 보면 80세가 넘은 노老피아니스트가 힘들게 협연하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있다. 녹음작업을 하는 동안 그는 나이 탓인지 미스 터치도 많고 속도도 느리다. 스칼라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속도를 노대가는 잘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 그때 지휘자인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행동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녹음 스태프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고 결론을 내리고 녹음을 다시 하기로 한다. 그러자 줄리니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호로비츠에게 다가가 이렇게 말한다.
“너무 위대하신 분과 오랜만에 연주를 하니, 오케스트라가 긴장을 했는지 자꾸 빨라지는군요. 그러니 오케스트라를 위해 한번만 다시 해주시겠습니까?”
이 말에 호로비츠는 어린아이같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선히 다시 연주에 응한다.
[ 박종호 –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中에서 ]
줄리니가 왜 위대한 지휘자인지 말해주는 일화가 아닌가 싶다.
지휘자가 괴팍하지 않아도, 단원들을 달달 볶지 않아도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는 증거가 줄리니다.
줄리니의 이런 일화를 들을 때마다 그의 위대함이 새삼 다시 다가온다.
옷만 간지나게 입는게 아니라 내면도 간지 좔좔 이군요 ㅋㅋ
다른 일화로,
정명훈을 지휘자로 데뷰시켜준 것이 줄리니 입니다.
정명훈은 아직도 줄리니를 가장 존경하는 스승이자 지휘자로 뽑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