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녀님께서 보내주신 보이차.
보이차를 마시기 전까지 보이차의 참 매력을 모르고 살았다.
중국산이라는 강력한 알러지 요소가 그동안 멀게 만들었던 것.
보이차를 푸얼차라고 한다.
특이하게 발효차인데, 장기간의 운반을 위해서 압축해서 싣고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발효가 된 것. 지금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발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처럼 사람이 말에 싣고 운반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보이차는 녹차처럼 깔끔하고 진한 풀냄새와 맛을 전달하지 않는다.
또한 녹차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녹차가 얼마나 자극적인 차인지 차를 알면 알수록 녹차는 그 성질이 차고 강한 차 같다.
그렇다고 다른 차를 골라 마시자니,
꽃으로 만든 차는 그 향이 강해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
몇 개 차만의 내 취향에 맞아 내 책상위에 올려있다.
그중 무엇이 제일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보이차는 빼놓을 수 없는, 강렬한 맛과 향을 지니고 있다.
처음 보이차를 접했을 때, 그 향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시골 온돌방의 향을 전달해 주었다. 케케묵고 수수한 그 향이 어린 시절의 후각을 자극했던 것.
그 맛에서도 보이차는 땅의 기운을 느끼게 해주었다. 녹차처럼 깔끔하고 시원한 맛은 없지만, 은은하며, 특징없는 그 맛이 마시면 마실수록 매력적이었다.
시골에서 짚단을 쌓아둔 곳에서 흘러나오던 볏내음, 볏을 태워 먹던 고구마… 보이차의 맛과 향은 땅이 가진 기운이 묻어난다.
그 맛과 향이 정직하여, 냄새는 맛을 그려내게 하고, 맛 또한 냄새를 그려낼 수 있게 한다. 차의 성질또한 따뜻하여 속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빈속에 먹어도 녹차처럼 속을 자극하지 않는다. 늦은 저녁에 먹어도 녹차처럼 잠을 쫓아내지 않으며, 그 맛과 향은 잠을 부른다.
수념님 덕분에 보이차를 알면서 내 일상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보이차 없이는 지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사막여우의 말처럼 익숙해진다는 것은 책임감이 따른다. 생명이 없는 작은 물건일지라도 그것에 익숙해지면 익숨함에 따른 책임감이 따른다. 내가 고등학교때 부터 사용한 필통을 애지중지하는 것처럼 내가 그것에 익숙해져갈수록, 그것은 내게서 떼어놓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간다. 생명과 달리 이것은 내가 일방적으로 나에게 지운 책임감이기도 하다.
보이차 또한 그렇다. 익숙해지고 그 맛과 향에 매료되니 일상에서 떼어놓기가 어렵다. 작은 등을 켜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며 보이차를 마시는 풍경은 내 삶의 기쁨이자 여유이다. ^^
덧글…
이런 귀한 차를 알게 해주신 ***수녀님께 깊은 감사를 드려요.
매번 귀한 대접을 해주시는데, 무엇으로 보답해야 될지 모르겠네요.
보이차가 다이어트에 좋다죠. ^-^ 잘 만들어진 보이차는 가격이 상당하던데..
수녀님이 주신 거라 믿음이 가겠어요~
이야기만 많이 들었는데, 저도 한번 마셔보고싶네요.
헤헤…
제 동생도 그 말 믿고, 보이차 마시다가 포기했습니다. ㅋㅋ
이게 어떻게 보면 좀 밍밍해요.
냄새나 맛이 촌스러워서… ^^
다희님에게도 참 좋은 차임은 조심스럽게 확신합니다. ^^
늦달 님, 책상 위의 찻잔이 눈길을 끄는군요. 제 찻잔을 깨뜨려버리고는 하나 구한다 하는 것이 다른 일을 핑계로 미루고만 있었는데, 사진을 보다가 불쑥 욕심이 솟았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살던 시골 온돌방’이라는 문구가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저는 할아버지가, 아버지도 얼굴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습니다만,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남다른 추억이 있는 이들이 좋더군요.
저도 새 찻잔을 구입했어요.
다기를 여자친구에게 주면서 찻잔도 같이 줬거든요. ㅋㅋ
새로 산 다기가 어여 도착했으면 좋겠어요. 꽃무늬도 샀는데. ^^
추억이라는 것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그 기억이 좋든 안 좋든, 언제나 과거는 내일을 향한 위로제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