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이라는 애매모호한 이 당은 지난 대선에 임하면서, 우리에게 BBK 이 석 자만을 기억에 남겨주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정체불명의 유언비어에 이 당과 이 당의 대선후보인 정동영은 보기 좋은 내용증명을 붙어놓았다.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과 이 막돼먹은 당은 선거 전날까지 BBK를 우려먹고 또 우려먹었다.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대운하 사업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있었다. 선거전략이라고는 BBK 하나만 들고나온 이 사람들은 선거 전날까지도 한 방을 기대하고 있었나 보다. BBK가 한약도 아니고, 어찌도 이리 우려먹었는지, 약발도 안 들었다.
대운하라는 진짜 배가 산으로 가는 이 사업이 내년부터 시행되려고 한다. 알아주는 큰 건설업체들이 벌써 컨소시엄을 구성한다고도 하고, 주변지역 땅값은 이미 오르고 있다. 우리 옛 조상은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 어떻게 망하는 길인지 이미 알고 이런 교훈을 우리에게 남겨주셨다. 이명박 당선인 같은 사람이 나올 줄 우리 조상은 미래에 대한 예지로 미리 우리에게 교훈을 남겨주신 것이다. 그래서 배가 산으로 간다는 뜻은 망하러 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현명한 우리 조상님과는 달리 우리의 당선인께서는 이 나라를 심히 물에 말아먹으려 작정을 하신 듯 하다. 그것도 제대로 말아먹으려 작정을 하신 듯, 온 나라를 물길로 뚫어버리시겠단다. 여기에 오정현 목사같이 정신 나간 종교인이 물길이 뚫리면 정신이 뚫린다는 황당한 소리를 하며 거들고 나섰다.
곡학아세하는 교수님은 반대하던 입을 닦고 이제는 배에 달린 스크류가 돌아가면 수질이 정화된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고나오며 찬성론자로 돌아섰고, 어떤 교수님은 물류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하루 먼저 만들어 운송하면 된다는 기가 막힌 대발상을 내놓으셨다. 이른 바 발상의 대전환인 것이다. 물류라는 것이 다른 것 아니라, 1달이고 1년이고 미리 만들어 운송하며 된다. 어디로 가나 서울이면 된다고 어찌되었든 도착지에 도착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이분의 발상의 대전환 덕분에 대한민국에서 물류걱정은 이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굳이 운하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원하는 날짜만큼 미리 만들어 하루 먼저 운송하면 될 것 아닌가.
요즘의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면, 이건 뭐 대통령을 뽑은 것인지, 왕을 뽑은 것인지 분간이 안 된다. 대통령 한 사람 바뀌었다고 갑자기 딴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이쯤 되면 가히 군왕이라 불릴 만 하다. 왕정으로의 회귀라고 할까…
그런데, 이 나라는 개신교와는 궁합이 안 맞는지 장로님들이 대통령만 되시면 나라가 천국이 되어버렸다. 이승만 장로님은 친일파 천국을 만들어주셨고, 김영삼 장로님은 환란의 천국을 만들어주시더니, 이번에 이명박 장로님은 물길로 천국에 직통로를 놓으시려나 보다. 이 직통로로 서민들은 죄다 하나님 보러 올라가야 할 듯 싶다. 이 땅은 부자들과 지가 부자인줄 착각하는 사람들만 남아서 지상천국을 만들어 놓을 지도 모른다.
운하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모한 짓인지를 대통합민주신당이 BBK에 대한 열정의 반만 쏟았어도 이렇게 앉아서 당하지만은 안았을 것이다. 저 무능한 집단은 BBK에 맛을 들인 나머지 여기에 자신들의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 열정의 대가로 온나라가 물 폭탄을 맞게 생겼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집권당이었다는 인간들이 한나라당 출신을 당대표로 뽑아놓고, 국민 앞에 겸허히 주택양도세를 서둘러 인하하겠다고 나선다.
이 무능한 인간들에 대한 심판을 온 나라 사람들이 짊어지게 생겼으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우리네 정서라지만, 저것들을 쳐다보기도 싫으니 어찌할 노릇인가. 한나라당에 대항할 반한나라당 세력의 규합이 절실한 오늘, 지리멸렬한 대항세력의 모습은 우울한 대한민국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한쪽에서는 부자들의 천국을 만들겠다고 입이 찢어지는데, 한쪽에서는 바짝 정신을 차려도 부족할 현실에 지들끼리 박터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암울한 오늘인가.
위기는 불안과 절망이 위기가 아니다. 위기는 낡은 것이 허물어져 가는데, 새로운 것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위기이다.
덧글)
이런 젠장 !
운하 사진을 찾아 올려보니, 내 고향을 관통하고 있다.
이런 제기랄 !
저도 충주와 원주가 고향이라 마음이 심란.
오늘도 운하 어떻게든 막아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한참 나누었는데, 민주주의 시계가 꺼꾸로 가고 있다던
어느 사람의 말도 생각나고 그럽니다.
민주주의만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전체가 거꾸로 가는 것 같습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200석을 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이 나라 이대로 주저 앉는 것이 아닌가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