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을보다 겨울을 더 탄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겨울잠을 허락하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본 적도 많다. 가을보다 부쩍 줄어든 일사량은 나의 뇌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과학자들의 말처럼 줄어든 일사량만큼 나의 행동반경도 줄어든 것 같다.
나는 겨울을 싫어하지 않지만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다. 눈 내리는 것은 끔찍하게 싫다. 내리는 그 순간의 매력뿐인 눈의 흔적은 생각하기도 싫다. 다만 겨울의 좋은 점은 피부에 와닿는 추위… 살갖을 타고 흐르는 그 차가움만이 겨울의 매력이다.
하지만 겨울은 역시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물질이 없어서, 마음이 부족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힘든 계절이다. 하나님은 왜 평등이라는 단어는 주시면서 그 뜻은 세상에 주시지 않은 것일까?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새벽 공기는 피부를 에인다. 피부를 에이는 이 새벽공기를 나는 촉촉하게 느끼지만, 다른 사람은 짙은 삶의 무게로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난 바람이 좋다. 내가 바람이 될 수 있다면 이 겨울에는 겨울 바람이 되고 싶다. 지금 이 계절에 기분마저 살랑거리게 만다는 봄바람은 가볍기만 하다. 바람이 되고 싶다. 이왕 바람이 된다면 찬기운 잔뜩 머금은 저 북풍이 되고 싶다. 아~ 바람이 되고 싶은 겨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