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사탄들
곽선희니 조용기니 하는 사람들이 문제인 건 단지 그들이 성직자치곤 지나치게 비싼 집과 비싼 차를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비싼 집과 비싼 차를 갖는 것이 좋은 삶이자 하느님의 축복이라는 생각을 세상에 퍼트리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그들은 그 일을 정말 충실하게 수행해왔고 이제 한국 사회는 그런 생각으로 충만하다. 대통령에서 비디오가게 아저씨까지.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단지 타락한 성직자라고 일컫는 건 그들을 그리고 사회에 대한 그들의 기여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들은 위대한 사탄들이다.
( 출처 : 김규항 블로그, http://gyuhang.net/archives/2008/01/28@08:21PM.htm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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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비로소 예수께서는 사람의 아들이 반드시 많은 고난을 받고 원로들과 대사제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버림을 받아 그들의 손에 죽었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게 될 것임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셨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명백하게 하셨던 것이다.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예수를 붙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돌아 서서 제자들을 보신 다음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하시며 꾸짖으셨다.”(마가 8:31~33)
내가 목사를 사탄이라고 말한 데 상처를 받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손 모아 인사하며, 예수가 가장 사랑했던 제자인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 소리쳤던 일을 함께 묵상할 것을 권한다.
예수가 제자들 앞에서 자신이 제자들이 기대하는 대로 영광의 메시아의 길이 아닌 수난의 길을 갈 것임을 밝히자 베드로는 ‘그러시면 안 된다’ 반발한다. 그때 예수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라고 소리친다.
베드로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예수 하나 믿고 식구들 팽개치고 고향 떠나 풍찬노숙해온 사람에게 영광의 메시아의 길이 아니라 수난의 길을 갈 거라니 얼마나 기가 막혔겠는가? 설사 베드로가 잘못된 말을 했다 해도 그렇다고 ‘사탄’이라고 욕을 할 수가 있을까? 그러나 예수는 베드로라는 인격을 정죄하며 욕한 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예수는 베드로라는 인격이 아니라 그에 거해, 그를 통해 작동하는 사탄의 기운에 분노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예수의 말은 바로 그런 구분을 뜻한다. 하느님 앞에서 사람이 사람을 정죄할 순 없다.
그러나 어떤 사람(물론 나 자신을 포함한)에 거해, 어떤 사람을 통해 작동하는 사탄의 기운은 분명히 적시하고 싸워야 한다. 교회는 하느님과 사람의 소통을 독점하는 성전이 아니다. 오히려 교회는 교회의 안과 밖을 구분하지 않고 온 세상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서 자매와 형제로 살아가는 하느님의 나라를 좇아야 한다.
그게 바로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다. 교회 다니면 물질 축복을 받는다, 물질은 하느님의 축복이다는 따위의 말은 분명히 하느님의 나라를 훼방하고 대적하는 사탄의 말들이다. 우리는 그런 말을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퍼트리는 사람에게 망설임 없이 사탄아 물러가라, 외쳐야 한다.
[데스크시선] ‘MBC 괴담’ 과 목사들의 황금송아지
MBC는 요즘 한국 기독교에게 매우 쓴 약입니다. 지상파 방송사 중 MBC 만큼 한국교회의 치부를 자주 들추어낸 곳은 없습니다. 물론 MBC가 유독 교회에 대해서만 비판적인 것은 아닙니다. 삼성처럼 우리 사회의 성역화 된 거대 권력에 대해서도 타 방송사에 비해서 비교적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댑니다.
이런 성향 탓인지 MBC는 5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에 환호했고, 그 5년 후인 2007년 12월에 끝난 대선의 결과에 대해서는 낙담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나도는 ‘MBC 괴담’은 바로 이번 대선 결과에 실망한 MBC가 이명박 당선인의 배후인 한국교회, 특히 대형교회를 향해 분풀이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곧 소망교회의 재정문제가 도마위에 오른다는 전망까지 있어서 이런 괴담이 더욱 확산되고 있습니다.
물론 심정적으로 그렇게 추측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를 비롯해 뉴라이트 단체를 이끄는 김진홍 목사와 같은 인물이 장로 대통령 깃발을 얼마나 요란하게 흔들었습니까. MBC 제작진이나 보도진 내부에 반 이명박 기류가 있었다면, 자연스럽게 반기독교 성향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MBC 괴담이 사실이건 사실이 아니건 MBC가 세금을 안내는 성직자의 문제를 다루면서 일부 대형교회와 목사들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은 결과적으로 한국교회를 위해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대형교회 일부 목사들이 향유하는 부는 그들이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으며, 성경의 말씀을 왜곡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잘못된 가르침은 많은 신자들을 좁은 길이 아니라 넓은 길로 인도하여 결국 영원한 죽음에 이르게 할 것입니다.
얼마 전 조용기 목사는 ‘한국교회가 귀족화되었으므로 회개해야 한다’라고 고백하였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가 비판한 ‘귀족’의 으뜸은 바로 조 목사 자신이었고, 공개적인 회개 역시 ‘위선’이었습니다.
조 목사는 MBC <뉴스후>가 방송된 다음날 설교에서 십일조를 잘해야 부자가 된다고 말하였으며, 예수 믿는 사람이 가난해야 한다는 소리는 사탄이 하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즉 예수를 잘 믿는 사람은 부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록펠러처럼 말이죠.
결국 조 목사와 김홍도, 곽선희 목사는 예수를 잘 믿기 때문에 넓은 집과 고급차를 소유하며 도대체 얼마인지도 모르는 돈을 교회에서 받아 챙길 수 있다는 말도 성립됩니다. 그런데 조 목사 뿐 아니라 소위 성공한 목사들이 외치는 이 같은 부자신학 혹은 성공신학은 기독교인이 가장 경계하여야 할 ‘황금송아지’나 다름없습니다.
<뉴스앤조이>가 최근 펴낸 책 <돈 한 푼 없이 부자로 사는 법>에는 1980년대 미국의 유명한 TV 부흥사인 짐 베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는 ‘대통령의 친구’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공금횡령으로 감옥에 들어간 다음 비로소 다음과 같이 고백을 하게 됩니다.
“나는 주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뤄진 것처럼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지 말고, 대신 당신이 새 차를 원하면 바로 그것을 구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나는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고, 성공하고, 고통을 받지 않고 아무 문제가 없기를 원하신다고 가르쳤습니다.”
“나는 성경의 여기저기에서 말씀을 조금씩 가져와서는 그 중간에 황금 송아지를 끼워 넣는 설교를 했습니다. 나는 구약으로부터 한 구절, 신약으로부터 한 구절을 택해서 그 중간에 짐 베커의 말을 집어넣었습니다. 나는 성공에 관한 책을 택하고 거기에다 성경 구절을 삽입했습니다.”
“감옥에서의 2년 동안에 나는 그 분의 모든 말씀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나는 예수님에 대한 공부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그 분이 돈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누가복음 6장 19절은 ‘화 있을진저 너희 부요한 자여!’라고 말합니다. 내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부자가 되라고 계속 말할 수 있겠습니까?”
MBC는 어쩌면 짐 베커가 10년 전에 감옥에서 한 처절한 고백을 지금 한국교회를 향해서 던지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김홍도 목사는 MBC를 가리켜 사탄의 도구라고 합니다. 그러나 소위 <긍정의 힘>과 <잘되는 나>와 같은 부류의 성공과 부의 논리에 빠져 있는 한국교회라면, MBC와 같은 사탄(?)은 매우 필요한 존재입니다. 마치 짐 베커에게 감옥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