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시끄러움도 이제 지나가고 이당 저당 당선증 받아가기 바쁜가 보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진보신당의 두 좌장이 떨어진 것이고, 희망을 불러일으켜준 것은 강기갑 의원의 당선이다.
한나라당 이야기에 쓸데없이 자판을 소모하기 싫고, 통합민주당이라는 이 무능한 집단에 다시 한 번 몰표를 몰아준 호남 사람에게 경의 반, 안타까움 반을 보내고 싶다.
경상도 패권주의와 이에 반대 세력으로서 전라도가 우리 나라 정치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판에 이회창이 불쑥 충청도도 끼어들자며 바람처럼 나타났다. 다 똑같은 놈들이라고 하지만, 민주당이 그래도 낫고 한나라당이 제일 나쁘다.
아직까지는 호남의 몰표가 저항세력의 한축을 형성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을 더 많이 발휘하고 있다지만, 이런 식으로 몰표나 민주당 지지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쌓아올린 호남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경상도에서 민주당이 2석이 당선되었지만 김해는 순전 노대통령 덕인 것 같고, 부산은 국회의원 개인의 능력인 것처럼 보인다. 과거 군산에서도 강현욱이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나와서 당선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름도 별로 들어보지 못한 사천에서 강기갑이라는 이 촌스러운 노인이 울산에 맘먹는 정당지지율과 이방호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희망이 아닌가 싶다. 사천의 민주노동당 정당 지지율이 울산 다음으로 높은 23.43% 었다. 호남에서도 민주노동당의 지지율이 이 정도로 높은 곳이 없다. 기껏해야 전국 평균지지율 5.68% 정도나 될 것 같은데, 사천에서 이런 놀라운 결과를 이끌어 낸 것이 민주노동당의 힘인지, 강기갑이라는 한 개인의 힘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공업도시도 아닌 사천에서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이 나라 민주주의의 희망이자, 사천시민의 승리이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는 깃발이다.
호남도 아닌 경상도에서 이런 희망을 쏘아올린 것을 보면 그곳에서부터 민주주의가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기대하고도 싶지만,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천박연대라는 것이 나타나 한나라당보다 추한 모양새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를 짖밟는 것을 보면 아직은 그 기대 또한 조심스럽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한나라당 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들이 천박연대였고, 한나라당 보다 더 큰 난장판을 만들어준 사람들도 그들이었다. 그들을 보면서 박정희가 왜 아직까지 살아있고,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이꼴인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나라당이야 원래 그렇다 치지만, 통합 민주당이라는 작자들 하는 짓을 보자. 경합지역에는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때는 언제고 노회찬, 심상정, 문국현 후보 지역에 결국 후보를 공천했다. 문국현은 어찌되었든 당선되었지만, 노회찬, 심상정 이 두 사람은 안타깝게 떨어졌다. 민주당에서 최소한의 공조만 해줬어도 여유있게 당선 될 수 있었던 사람들이다. 저 두 분 지역구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가 원망스럽고,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를 대표로 뽑아놓고 희희낙낙거리는 폼새가 역겹다.
문국현 1인 정당인 창조한국당도 대운하 반대라는 효과적인 구호를 외치며 선거전략에 이용했지만, 망할 민주당은 선거전략이고 뭐고 죽으라 견제만 외쳐댔다. 대운하나 의료보험 문제를 창조한국당만큼만 들어나왔어도 이렇게 선거 결과가 개판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번 선거는 통합민주당이 얼마나 무능한 인간들의 집단인지에 대해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80석 얻어놓고 다행이라고 뒤에서 히죽거리는 인간들이고, 박상천 같은 지리멸렬한 인간이 비례대표에 숟가락을 갖다 놓아도 누구 하나 견제하는 사람없고, 들온 돌 주제에 박힌 돌 빼내는 손학규 나무라는 사람도 없다. 이 정당은 호남 사람의 피와 골수를 빼먹는 작당들이다. 쇄신하고 쇄신하고 쇄신하다더니 뭐가 바뀐 것이지?
사실 홍정욱이 당선 된 것만 생각해도 이 망할 정당에 욕설을 퍼 붇고 싶다. 아무리 뉴타운 약발이 좋다고 해도 민주당이 후보만 내지 않았어도, 민주당 표가 노회찬에게 도움은 되었을텐데, 하여간 민주당 이 놈들은 망할 놈이다.
문국현 1인 정당도 이제 약발이 다하는 것 같은데, 비례 대표나 좀 제대로 뽑지. 사표 각오하고 찍어준 사람들에게 앞으로 무슨 염치로 표를 구걸 할 것인가.
보수를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라는 격언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만, 어짜피 떨어져 나온 것 잘되었으면 했는데, 결국 참담한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진보 신당말이다. 상계동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도 뉴타운 어쩌고 저쩌고 난리를 치던데, 양심이 있으면 다음에는 출마하지 마라. 얼굴만 봐도 부아가 치밀 것 같다. 홍정욱이 어떤 사람인가? 하바드대 출신에 부자집 딸 만나 헤럴드 미디어 인수하고 승승장구한 사람인가? 지 말대로 성취형 인간인가? 판단은 개개인에게 맡기겠지만, 조금만 홍정욱을 아는 사람이라면 감히 홍정욱을 찍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노회찬 자기가 내뱉은 말은 책임지며 살아온 사람이다. 뉴타운 사기에 속았어라고 후회해봤자 이미 업지러진 물이다. 이번 총선 결과가 개판이라고 좌절할 필요 없다. 앞으로 더 잘하면 된다. 앞으로는 노회찬 같은 사람 그냥 지지치지 말고, 잘 살게 해준다는 공갈에 넘어가지도 말고, 정치라는 말 뜻 그대로 정치를 해서 우리 모두를 함께라는 어깨동무로 엮어줄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승리기도 하지만 이 나라 민주주의 위기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집권해서 위기가 아니라 50%도 미치지 못하는 부끄러운 투표율때문이다. 20대 투표율은 20%도 안된다고 하는데 남 탓 할 것 없다. 어렵다고들 하소연 할 필요도 없다. 투표일을 노는 날로 생각한 탓이다. 그 한표가 그렇게 사소해 보였을까? 내 한표 없어도 그만인 것인가?
그 한 표에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땀이 고여있는지 아는 것일까? 오늘 대한민국에서 가장 나쁜 인간은 천박연대를 찍은 사람이도 아니고, 정몽준을 찍은 사람도 아니다. 피로 이룩한 자신의 그 소중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사람이다. 정치가 개판이라고 욕하지만 그 개판을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이다. 누가 되었든 투표를 행사한 사람은 떳떳하게 그 개판을 향해 욕하고 손가락질 할 수 있지만, 투표 하지 않은 당신은 누가 되어도 똑같다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당신에게 그 말은 주제 넘은 짓이기 때문이다. 주제도 모르면서 떠들려거든 이민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한 끝은 없다. 이미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은 낙담하고 절망할 때도 아니고, 몸과 마음을 추스려 앞으로 4년과 또 더해질 1년을 참고 견디어낼 체력을 길러야 할 때다. 그것이 이번 선거가 우리의 마음과 뼈에 새기도록 이 큰 아픔을 준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