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하느님


사람이 살면서 수많은 책을 읽지만, 그 내용이 뼈속까지 깊숙이 스며드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책을 읽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자랑스럽고, 자신있게 우리들의 하느님을 추천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안동 조탑리 촌구석의 늙은 폐병 환자가 쓴 신세 한탄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2천년전 가난한 목수가 세상을 구원하였듯이 오늘 날 늙은 폐병 환자가 이 세상에 빛과 소금을 남기고 떠났다.

작가 권정생은 평생 아파서 읍내 나가는 것도 힘들었고, 찢어지게 가난해서 거지처럼 살았고, 학교라고는 중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래서 그는 못 배우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이었다. 그는 자기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몸으로 세상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사랑하였다. 마을 정화사업으로 동네 청년들이 아름들이 나무를 잘라내자, 병든 몸을 이끌고 달려가 마지막 남은 대추나무를 부여잡고 사정하며 울었다. 말 없고 이름 없는 나무 한 그루도 사랑한 그는 세상 모든 사람을 섬기며 살았고, 분단과 어른의 이기심으로 찌든 이 땅의 모든 어린이를 사랑하였다. 그래서 그는 동화를 썼고, 그 동화로 어린 동심들이 세상의 상처로부터 치유되기를 바랬다.

권정생 그 이름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었고, 메마른 우리 마음의 단비였다. 그가 떠난 지금 누구도 그 자리를 채울 수 없을 것 같다. 그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많고 그보다  똑똑한 사람도 많지만, 그 만큼 세상을 사랑한 사람은 없었다. 이것이 그가 떠난 오늘 그 빈자리가 더욱 휑하게 느껴지는 까닭이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권정생 선생님께서 여기 저기에 쓴 글을 모아 녹색평론사에서 출판한 책이다. 녹색평론사 책답게 책은 재생지로 만들어졌고, 책 값도 무척 저렴하다. 재생지라서 눈에 피로도 덜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 할 수 있다. 양장본같이 호화로운 책들이 범람하지만 촌스러운 이 책은 권정생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다. 세상 가장 누추하고 못생긴 것 가운데 이 세상의 빛과 진리가 있다.

서른 해를 조금 넘게 살아왔지만, 권정생 선생님께서 쓰신 이 책만큼 내 삶을 바꿔놓은 책은 없었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삶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뉘어 졌다. 이 책은 내 삶에 있어서 다시 예수님을 만나게 된 성서와 같은 책이다. 천사를 말을 해도 사랑이 없으면 요란한 구호에 불과하다. 사랑은 무엇일까? 그 대답은 권정생처럼 사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 사랑이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