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에도 등급이 있다. 단순히 육류만 섭취를 거부하는 가장 아래 등급에서 유제품과 어류의 섭취까지 거부하는 최고 등급. 각각의 등급마다 이름이 있지만, 어려워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채식의 등급은 검색을 통해 아래에 적어두었다.
한창 채식에 열중이었을 때는 최고 등급에 가까운 채식을 실행한 적도 있었지만, 자취를 하면서부터는 사정이 좀 달라졌다. 혼자 살면 먹는 것이 고역인지라, 입맛 가는 곳 따라 고기도 먹고, 피자도 먹고 그랬다.
요즘 다시 채식에 대한 뜻이 있어, 요리를 시작했다. 직접 해먹지 않는 한 이 사회에서 채식이란 불가능한 이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 식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음식은 김치와 된장국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충족이 되면 다른 음식은 좀 부족해도 잘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협에 가서 채소를 사는 것을 시작으로 채식 위주 식단을 꾸밀 모든 준비를 끝냈다. 오늘 처음으로 우거지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봤는데, 처음치고는 맛도 괜찮고 모양새도 좋았다. 큰 냄비로 가득 끓여 냉장고에 넣고 먹으려고 계획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양을 만들었는데, 양조절에 대한 감이 없어서 우거지를 지나치게 많이 넣은 것 빼고는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약간 싱거웠지만 짠 음식을 싫어하기 때문에 오히려 직접 요리하니 내 입맛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어서 더 좋다.
우거지는 구할 수가 없어서 마트에서 구입을 했고, 채소는 모두 생협에서 유기농으로 구입을 했다. 된장도 생협에서 구입한 유기농 된장을 이용했다. 익숙해지면 시간도 단축되고 음식의 맛도 더 나아지리라 생각한다. 내일은 고추가루 없이 콩나물 무쳐보려고 생각중이다.
더불어 각종 채소를 골고루 섭취해줘야 하는데, 생협에서 구입 할 수 없는 채소들이 좀 많아서 샐러드를 양껏 해먹을 수 없는 것이 좀 안타깝다. 적채나 양상추 같은 채소는 내가 가는 생협에서는 취급하지 않아서 온라인으로 주문을 하거나 마트에 가야 한다. 그런데 난 마트를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않으려는 사람이어서 농민 직거래 장터하고 한겨레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장터를 이용하려고 하는데, 한 번도 먹을 것을 인터넷에서 사본 적이 없어서 조금 고민중이다.
가끔 주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까다롭냐고 하는데, 난 내가 까다로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좋은 것을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바른 음식을 먹겠다는데, 그게 왜 까다로운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중에 먹는 것이 하늘이라는 말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먹는 것에 관한한 섬세하고 주의 깊은 성찰이 있었던 어머니였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에게 전해졌고, 어머니의 말씀 또한 내 마음에 깊이 새겨져 있다.
먹는 것이 풍족해졌다고 하지만 정크 푸드라 불리는 쓰레기 음식의 범람만 낳았을 뿐, 실상 마음 놓고 무엇 하나 먹을 수 없는 것이 풍요 속의 빈곤을 낳은 현대의 모습이다. 난 포장된 식품을 살 때는 반드시 식품 첨가물을 확인하고 산다. 확인을 거치면 손에 쥔 10개 중에 8,9개는 다시 내려놓는다. 내 기준에서 보면 먹을 만한 것이 그만큼 없다.
좋은 재료로 스스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많은 부지런을 필요하다. 좋은 음식 재료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재료의 습성을 잘 살려 가급적이면 원상태대로 조리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만 된다면 채식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채식을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다른 곳에 있다. 된장국을 먹으려 해도 멸치를 사용 육수를 내야 하고, 김치를 담가도 젓갈이 들어간다.
때문에 비건(vagan) 수준의 최고 등급의 채식을 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유제품과 달걀을 먹지 않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어려운 일은 보이지 않는 곳에 들어가는 작은 부분이다. 물론 직접 섭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식을 한다면서 이런 먹거리를 가까이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먹을 것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지속가능한 생태적 순환고리에 참여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다. 때문에 채식속에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생활습관과 친환경적인 인식과 행동이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생협에서만큼은 꼭 필요로하는 포장을 제외하고는 거추장 스러운 제품 포장을 모두 버려야 한다. 생협에서 채소를 구입할 때마다 포장된 스티커와 비닐포장이 사실 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적어도 생협에서 유기농 인증 스티커가 없으면 좀 어떤가. 농산물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의 화석에너지 사용을 염려한다면 보이는 곳에서 쉽게 고칠 수 있는 포장재부터 없애야 한다. 이는 가격 절감과 에너지 절약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아주 쉬운 우리의 선택이다.
단계별 채식주의자
Veganism / vagan –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을 배척하는 극단적 채식주의자. 고기와 유제품, 달걀은 물론 ‘일벌의 노동력’이 필요한 꿀도 먹지 않으며 동물 가죽으로 만든 옷이나 신발조차 거부한다. 완전한 채식주의자. 심지어 애완동물의 사료도 채식만을 고집한다.
Fruitarian – 채소를 먹어도 생명을 만들어내는 뿌리, 잎 부분을 먹지 않고 열매만 고집하는 더 급진적인 열매주의자.
Lacto vegetarian – 유제품은 먹되 달걀은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Ovo-vegetarians – 달걀과 채소만 먹는 채식주의자.
Lacto-ovo vegetarian –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 채식주의자.
Pesco-vegetarian – 유제품이나 달걀은 물론 생선도 먹는 채식주의자.
Pollo-vegetarians – 닭고기까지 먹는 채식주의자.
Semi-vegetarians – 자주 고기나 유제품을 피하지만, 체계적이지는 않은 사람들.
그 밖에 Sproutarianism(일반적으로 새싹을 먹는 사람들로 보통 생식을 한다), Raw foodism (생식주의자로 47도 이상 요리하지 않는다(그 온도에서 효소는 파괴된다)) 등이 있다.
그리고 요즘 새롭게 뜬다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도 있다. 철저한 채식주의자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고기나 생선도 가끔 먹는 채식주의자’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출처] 단계별 채식주의자|작성자 이성학
저희집은 한살림 회원이에요. 흐. 일주일에 한번씩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일주일에 한번씩 정해진 시간에 한살림에서 직접 물건을 싣고 배달와주신답니다. 예전에 채식관련 책 사서 엄마랑 돌려읽은 이후 엄마와 저는 열혈 유기농식&채식주의자가 되었어요. ….라지만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메뉴가 고정되는 날엔 굶을 수도 없고 해서 적당히 아무거나 먹고있긴 해요;;;;; 쩝. 그리고 한살림표 육류도 적잖게 소비하고 있구요; 하하..;; 온 생을 두고 찬찬히 적응해 가야지 싶어요. 늦달님도 한살림을 적극! 활용해보세요. 추천추천~
저는 전주의 지역 생협을 이용하는데,
지금 한살림으로 갈까? 아니면 한겨레 초록마을로 갈까
조금 고민중이에요.
양쪽 물건을 한 번 사서 비교해보고 싶은데, 생협은 회원만 가능해서 조금 고민중이에요. 헤헤
그러나 생협이 최고는 맞습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