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만세’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 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 밖에
             

– 김수영, 1960. 10. 6  – 2008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서 발표된 김수영 시인의 미발표 시

이 시를 문자 그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정말 바보라고 부르고 싶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문자 그대로 오늘 대한민국은 48년 전 시가 쓰여진 시절과 다른 것이 없다.

통일의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의 하나가 바른 말하면 빨갱이로 몰아가는 개수작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이다. 통일이 되면 빨갱이라고 못하고 사회주의자라고 몰아부치겠지. 그래도 이 얼마나 순화된 표현인가.

양극단의 체제 대립속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양쪽의 힘없는 민중이지만, 그 피해를 서로를 향한 적개심으로 표출하는 것 또한 힘없는 양쪽의 민중이다.

그 까닭은 민중이라는 이 다수의 사람이 둔하고 멍청하다는데 있다. 대통령이 순 거짓나부랭이를 지껄여도 이를 믿는 둔하고 멍청한 국민은 언제나 그가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잘 나지도 못한 주제에 계급이라는 말에 거부감을 갖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부자들을 향한 질투도 없으며 조중동이라는 친일독재 나부랑이들이 써 내려간 거짓은 사실로 믿으면서 정작 자신의 생계가 달린 진실은 거짓으로 착각한다.

자신들이 밤낮으로 피땀흘려 일해 이만큼 먹고 사는 것도 독재자 박씨 덕분이라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호들갑을 연출하고, 없는 나라까지 팔아치운 이완용보다 지독한 매국노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라 부르며 칭송하는 이 분수도 모르고 아둔함의 끝을 알 수 없는 이 미련한 민중.

이는 다 민중이 못나고 무식한 까닭이다. 그래서 역사라는 것이 머리 수만 많은 민중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 하지만 못나고 무식한 민중이 역사의 주인이며 발전의 실체라는데 역사의 모순이 있다.

함석헌 같은 선지자는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못난 씨알들을 한탄하면서도 그들이 역사의 주인이며 떠받쳐야 하는 하느님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일제 시대를 경험한 함석헌에게 잘난 부자와 지식인이라는 족속들은 일제에 붙어 이제껏 쌓아올린 그의 안위를 마음껏 누를 수 있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들에게 나라보다 소중한 것은 그들의 안위이며, 나라의 주인인 백성보다 소중한 것은 그들 아들, 딸까지 누려야하는 대대손손의 안위였다.

함석헌이 그 시대를 관통하며 본 백성은 못나고 무식해서 어디에 가 붙어야 할 지도 알지 못했고, 어리숙해서 한 떼기 자기 땅을 목숨처럼 끌어안고 온갖 비굴함은 다 감내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해방이라는 손님은 화려하고 배부른 잘난 족속들에게 찾아오지 않았다. 해방이라는 손님의 가 붙어 있을 곳은 그 못난 백성이었다. 백성이 없으며 해방이라는 것이 가 붙어있을 곳이 없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서 있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함석헌은 민중, 즉 씨알이야 말로 영원한 절대자 하느님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독재자의 폭압에 시들어가는 이 미련하지만 위대한 씨알을 못 본척 할 수 없었다.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구의 몸을 이끌고 독재의 정중앙에서 온몸으로 독재의 파도와 맞섰다.

참된 지성은 바로 이 모순을 끌어안고 자신의 목숨만큼 민중을 사랑한 사람이다. 생각하는 씨알이 되라며 일갈하던 함석헌도 그랬고, 이름없는 풀 한포기까지 사랑한 권정생이 그랬다.

이들은 이 미련하고 힘없는 민중이 곧 하느님이라는 것을 알고 섬긴 사람이다. 이 역사라는 거대한 물줄기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민중이야 말로 가장 높고 귀한 우리들의 하느님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세상의 온갖 물질과 유혹속에서도 우리들의 하느님을 외면 할 수 없었다. 진정 영원한 것은 한떄의 부귀영화를 자랑하는 화려한 장미가 아니라 영원이 사라지지 않는 민중의 마음속에서 피어난 민들레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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