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 올라온 댓글 토론이 볼만하다. 조중동 찌라시 기사에 달린 댓글과는 그 품격과 차원이 다르다. 경어사용은 없지만 양자간의 의견이 고루 들을 가치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얼굴 공개에 대해서 찬성하는 입장은 아닌데, 찬성하는 사람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찬성하는 입장의 사람들의 경우 분노와 정의 사이의 혼란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그 원인은 과다한 감정분출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의 가장 흔한 말인 짐승만도 못한 놈에게 무슨 인권이냐는 주장은, 그나마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다른 사람들마저 찌질이로 만들어버리는 말 그대로 개소리다. 사람이 짐승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짐승은 사람처럼 저런 짓 안한다. 이렇게 감정이 과다 개입하는 경우일수록, 냉철해지고 합리적으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자극적인 저런 구호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는 행동은 원리원칙도 없고 코에 걸면 코걸이고 귀에 걸면 귀걸이다.
단순하게 이야기해서 흉악범의 근거와 기준이 뭐냐? 정확하고 구체적인 근거를 댄다면 앞으로 두 말 없이 흉악범의 사진공개뿐만 아니라 신상공개 더 나아가 직계 가족의 신상공개까지 동의하겠다. 사람을 몇 명을 죽어야 짐승같은 놈이 되고, 사람을 얼마나 잔인하게 죽여야 공개해 마땅한 놈이 되는거지?
그리고 법원의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미리 저 난리 피우는 것을 보면 법과 제도는 왜 만들었고 왜 지키는지 모르겠다. 이럴 거면 저 댓글에서 논한 것 처럼 광화문 사거리에서 만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효수하고 그 목을 도로 한가운데 걸어놓는다면 더욱 확실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이처럼 속 시원하고 확실한 해결책이 있는데 고작 사진이나 공개하는 짓거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분노와 정의를 착각해서 넘치는 공분을 뿜어대면 그것이 옳은 것이라 착각하지 마시기 바란다. 그가 자백을 했던 말던 그는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 추정을 받는 시민이다. 적어도 판결이전까지는 그의 인권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인권을 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다. 자백했으니 죽일 놈이라는 근거를 들이댈 때면, 사이비 간첩의 홍수를 이뤘던 우리의 지난 날이 떠오른다. 옆집 아저씨가 어느 날 갑자기 무서운 간첩으로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그 집안은 풍비박살이 난다. 그렇게 몇 가정이 영문도 모르고 고문끝에 사라져가면 우리 사회는 느닷없는 경각심에 사로잡혀 사회가 경직되고, 침묵에 휩싸인다.
그때는 간첩이 만만했고, 지금은 연쇄살인범이 만만하다. 얼마나 소재가 좋은지 모른다. 으슥한 밤길을 걷거나 인적드문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이땅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대상이니까. 또 싸이코패스라는 좋은 학문적 양념도 있다. 이 정도면 사람들을 두려움과 공포에 떨게하지 충분하지 않은가? 조중동이 왜 이 시점에서 연쇄살인범의 사진을 공개하고 여론화에 안간힘인지 대충 짐작이 오지 않나?
우리는 우리 맘대로 인권을 재단하고 그것이 마치 정의인 것처럼 쉽게 착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짐승같은 놈에게 무슨 인권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조금 바꿔 생각해 보자. 그런 짐승같은 놈이 사람 대접 받을 때 이 사회에서 약자가 어떤 대접을 받을지. 돈 있고 건강해서 사람 대접받는 사회 말고, 가진 것 없고 빽도 없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말이다.
살인마 어쩌고 나오면 무조건 채널돌리는 편이라..
나는 막연히 반대 하는 입장이었는데…. 글을 읽고 나니 정리가 되네요^^
ㅎㅎ
그렇다면 다행이고.
요즘은 좀 한가하냐?
그럼 다음주중에 점심이라도 같이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