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로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울 때 (1)

“후손들이 우리의 역사를 보고 배우길”

위에 링크한 글을 읽어보면 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안되는 연금을 모아, 박물관 건립을 종자돈을 마련했는데, 독립운동 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박물관 부지도 결정되고 이제 삽만 뜨면 되는데, 독립운동 단체라는 곳에서 기껏한다는 짓이 저따위 행동이다. 독립운동 후손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나.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선조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운 대목을 보면 서 대문 독립공원 내에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이 건립되는 것이 “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을 폄하시키는 순국선열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이유를 든다. 살다 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잡소리는 처음이며, 말같지 않은 말도 처음이다. 그것도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말이다. 광복회와 순국선열유족회 등 독립운동 관련단체들의 존재 이유가 뭔가? 애국한 선조들 덕을 보자는 것인가?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얼마나 어렵지 사는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저런 단체에 속해 말꽤나 쏟아내는 사람은 어렵게 사는 독립운동가의 후손과 거리가 멀다. 먹고 살만하니까 저런 막말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 역사의 그 질긴 수난사 속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남성를 대신해 등에 지고 갔으며, 6,70년대 산업발전기에는 얼마나 많은 우리 누이의 손으로 우리가 이만큼 살았는지 다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남동생 공부시키겠다고 머리잘라 팔고 공장에 취업하던 수많은 우리 누이의 고생은 다 잊은건가? 역사의 틈바구니속에서 아픔과 고생을 죄다 짊어지고 간 것이 과연 누구인가? 남자라고 나서서 주인공처럼 역사를 휘젖고 여성을 억압해 왔지만, 한번이라도 책임질 줄 아는 시대가 있었던가? 잘못은 죄다 누가 저지르고, 그 피해는 죄다 누가 짊어지고 왔는가?

양심이 있고 역사를 안다면, 아니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독립운동단체의 명함을 내밀고 저런 짓거리는 할 수가 없다. 지하에 계신 순국선열의 고귀한 정신에 재를 뿌리는 격이다. 사실 이 문제는 남여를 떠나 사람이라면 마땅히 부끄러워할 일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들의 마음에 못을 박는 짓도 그만했으면 좋겠고, 할머니들 살아생전에 박물관이 완공되었으면 좋겠다. 개관식날 할머니들이 나란히 서있는 모습을 보게되면 할머니들에 대한 죄송함이 덜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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