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워온 개 이야기


정확하게 2008년 5월 18일 집앞에서 이 녀석을 주워왔는데, 처음 몰골이야 유기견이 다 그러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내가 애견가도 아니고 박애주의도 아닌데 굳이 이 녀석을 주워온 까닭은 마음이 약해서라고 하면 될까. 유기견에게 종종 사료를 줬기때문에 이 녀석도 그냥 사료만 좀 주고 말려고 했는데, 사료를 주면서 보니까 다리를 많이 다친 것 같았다. 비도 오고 해서 불쌍해서 비도 피할 겸 하루만 창고에서 재워주려고 했는데, 그날 천둥도 치고 비바람이 거셌던 것 같다. 방에 앉아 있는데 마음이 불편해서 녀석을 방에 들이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하도 더러워서 그냥은 안될 것 같아 목욕을 시킬려고 했는데, 목욕이 가능한 몰골이 아니어서 그냥 털을 다 밀어버렸다. 그렇게 털을 밀고 목욕을 시켜서 이불 위에 올려줬더니 금방 잠에 들었다. 저걸 바라보면서 내일 유기견 센터에 갖다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밀려오는데 그날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유기견 센터에 갖다주면 얼마안가 안락사 당할 줄 아니까 차마 거기는 못 가겠고, 그냥 거리로 돌려보내자니 이것도 그렇고 그래서 그냥 내가 키우기로 했다. 아픈 개라면 질색을 떠나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지만 저 주먹만한 것을 그냥 버리기도 참 마음이 그래서 억지로 껴 안았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보니 다리 양쪽이 다 부러졌고, 한쪽은 심하게 부러져서 다리를 못 쓰게될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아픈 개라면 질색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다리를 치료했다. 철심까지 박는 큰 수술을 하고 병원에 한달 입원해 있으면서 무척 건강해졌다. 지금도 걸을 때 약간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있지만 뛰기도 잘하고 건강하게 잘 지낸다.

사람들은 내가 개를 키우니까 개를 무척 좋아하는 줄 안다. 물론 좋아하기는 하지만 직접 키울정도는 아니다. 키우는 개도 다 남들이 못키우겠다는 개을 맡아서 키우는 것일 뿐이다. 사실 거리에 개가 넘쳐나는데 굳이 개를 돈주고 사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는 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난 사람이 개를 키우지 말거나, 키우려면 자격증을 부여해서 검증된 사람만 개를 키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너도 나도 살아있는 동물 키우는 것을 우습게 아니 세상에 넘쳐나는 것은 거리를 헤메는 동물 뿐이다.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에 대한 무책임을 넘어서 그 생명에 대해서 하찮게 아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숨 붙어 있는 모든 생명은 다 살려고 하는 본능이 있다. 그건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생명이 더 귀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의 생명만 귀한 것은 아니다.

개 키우는 것은 상당한 인내를 요구한다. 특히 코카 스페니얼 같은 종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종이라 생각될 정도. 처음 보니까 귀엽고 예뼈서 키우는 것은 하루도 못간다. 그러니까 굳이 돈 들이고 시간 소비해가며 개건 다른 애완동물이건 키울 필요는 없다고 본다. 물론 책임질줄 아는 사람이라면 열외겠지만 말이다. 우리 사회가 돈이라는 얼마의 교환가치로 살아있는 목숨을 주고받다보니 생명에 대한 관념자체가 좀 엷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오늘도 집안을 개판으로 만든 이 녀석들을 바라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밀려온다. 개니까 개판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데 사람 입장에서는 이게 여간 열불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개를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물론 있다. 사람이 개의 눈높이를 맞춰 개처럼 살면 된다. 그럼 서로간의 아름다운 공생이 가능하다. 다만 그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 ㅋㅋ

주워온 개 이야기”에 대한 10개의 생각

  1. 좋은 일 하시네요. 자격을 따져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부모될 자격을 따지는 것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요새 하도 자격없는 부모들이 많아서리…

  2. 정말 사랑을 할 줄 아는 젤리님. 🙂
    사랑에는 책임과 넉넉한 기다림이 필요하죠.
    전 맨날 아그들이랑 싸우고 협박해요.
    사랑에 적합한 그릇이 아니어서요.

  3. 제가 가입한 온라인 동호회 중에 <유기견 보호를 위한 카페>가 있습니다. 주인 잃은 반려동물을 찾아주고 – 대부분 버린 동물들이 많으므로 새주인, 즉 임보처나 입양처를 물색하여 연결해주며 또한 일정 병원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안타깝게도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자 카페가 적자라는…;;).의외로 <품종 있는> 반려동물들이 많이 유기되고 있습니다. 열흘 후 안락사 되기 전에 피가 마르지요…

    저도 고양이를 임보하여 입양보낸 적이 있습니다. 몇 달 데리고 있으면서 많이 느끼고 생각했는데 저는 아직 반려동물을 기를만한 인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과 무한정 임보(기한 정해져 있는 한정임보는 가능하겠지요! 문제는 유기묘나 유기견의 경우 갈 곳이 없으면 임보처에 무한정 있게 된다는 겁니다. 내 반려동물이 아니라는 부담감 진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사진을 보고 첫 임보한 <야>놈이 떠올랐어요. 그 아이를 처음부터 입양한다고 길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과 함께. 서류상으로는 제가 입양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엄연 저는 임보처였고 그 놈은 54일만에 새 주인의 품에 안겨 주었지요! 천만다행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무덤 앞에서 기도했던가 봅니다. 저 놈 무사히 입양가게 해달라고… 하나님이 보우하사 할렐루야였죠! ^^;;

    반려동물의 주인 될 자격을 부여하듯 사람 부모가 될 때 자격증 내지는 국가고시 수준의 시험 본다면 어떨까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 낳아만 놓고 부모노릇 못하는 사람도 왜케 많은지 모르겠어요…

  4. 호연님의 동물사랑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
    늘 적극적이시고, 매사에 자신감이 넘치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요즘 날씨가 차네요.
    건강조심하세요.

  5. 그렇죠
    개는 정원에서 풀어키우는 것이 최고입니다.
    근데 저희 개는 여름에도 감기가 걸립니다.
    밖에서 키우면 허걱

  6. 부모도 자격이라…
    말씀하신 의도를 흔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네요.
    우리가 이전 세대보다 건강하지 못하다는 말이 갈수록 흘려보낼 수가 없네요.

  7. 저는 미국에서 유기견을 델꼬와서 비슷한 경우네요 지금 개가 집을개판으로 만들때로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늦달씨 블로그가 나와서 공감해서 코멘트 남깁니ㅏ 지금도 쉬지않고 말썽을 부리네요 병든개라면 경기를 일으키신다는 말에 웃음이 푹..저개도 와서 며칠을 아팠을때는 버리고 싶은맘이 굴뚝이였지만 병원갔다와서 건강하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유기견 입양이 이번주에 나오던데 저도 이놈의 따스한체온에서 위로를 얻는답니다.

  8. 한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한 세계를 구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먼 타국에서 쉽지 않은 일인데 큰 일을 하셨네요.
    무엇보다 그 따스한 마음이 제게도 느껴집니다.
    저도 평소 남자의 자격을 보지 않는데, 유기견이 나온다고 해서 요즘 챙겨서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먼 타국에서 기쁘고 따스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이라도 제 블로그에 소식을 전해주시면 더 큰 기쁨이겠어요. ^^
    건강조심하시고, 그 강아지와 평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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