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블로거이신 코스마님의 소개로 자하청다라는 우리 발효차를 처음 먹어보았다. 우리나라 차[茶]의 역사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거의 명맥이 끊어졌다가 그나마 근근히 이어진 몇몇 사찰의 노력 덕분에 요즘에 와서 여기저기 우리 차[茶]에 대한 개발과 연구가 한창인 것 같다. 일단 자하청다는 중국의 유명한 보이차와 같은 후발효 차이다. 보이차와는 달리 녹차를 발효시킨 것이라 보이차하고는 맛이 전혀 다르다. 초의선사의 법제를 응송스님이 이어받고 이것을 원표스님이 전수받아 시중에 내놓은 것이 자하청다과 자하단이라는 두 발효차[茶]다. 영봉다원이라는 곳에서 원표스님이 전수받은 차를 만드는데, 모두 유기농인증을 받았고, 발효차 말고도 녹차를 판매한다. 일단 녹차는 남은 것이 있어서 발효차만 주문을 해서 받았는데, 가격은 100g에 자하청다가 3만 5천원, 차하단이 2만 9천원이다. 같은 발효차인데 가격이 차이가 나는 까닭은 차를 따는 시기가 달라서인 것 같다.

일단 발효차는 녹차의 최대 단점인 찬기운이 많이 수그러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같다. 차의 맛이야 먹는 사람 입맛에 달려있으니 판단은 각자의 몫이지만, 녹차는 그 뛰어난 맛과 효과에도 불구하고 속이 냉한 사람이나 장이 안좋은 사람에게는 좀 무리가 가는 것이 사실인지라 그것이 최대 난관이다. 결국 녹차의 맛을 유지하면서 그 찬 성질이 제거된 차를 마시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것은 아니다. 세상에 자기 기호에 100% 부합되는 차가 과연 존재할까 싶다.

일단 자하청다는 녹차의 맛을 유지하며서도 발효차 특유의 맛과 기운이 더해진 것 같다. 마시면 확실히 부담도 덜하고 입안을 감도는 담백함은 녹차를 연상시킨다. 엄밀히 말하면 녹차와는 다른 맛이지만, 녹차를 느끼게 해준다는 표현이 적당할 듯 싶다. 한동안 후발효차인 보이차에 열광했으나 이제 다른 차에도 슬슬 관심이 분산되는 시기가 왔다.

나의 지출 내역은 음반과 차[茶]에 관련된 것 외에는 거의 없는 편이라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봄잠바가 하나도 없어서 여자친구가 사준다고 했지만, 옷같은 것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낭비로 느껴지는 사람이라 말싸움끝에 사지 않았다. 그까짓 잠바는 없어도 불편하지 않지만, 음악과 차가 없으면 내 메마른 삶이 얼마나 더 메마르겠는가.

이제 본격적으로 차[茶]의 세계에 진입했으니 다기도 좀 종류별로 갖춰보려고 한다. 차[茶]의 종류도 늘리면서… 이 얼마나 분에 넘치는 호사인줄 알면서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듯이 술담배를 비롯한 일체의 잡기를 멀리하는 내 생활의 특성상, 이 정도는 허락해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자위하고 있다. 차와 음악은 내가 누리는 최고의 호사이며, 내 삶의 최고의 취미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