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가까운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려는데 버스비가 모자라 할 수 없이 완행기차를 타고 왔다. 그런데 기차안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자리를 내주면서 앉으라고 권했다. 나는 가까운 두 정거장만 가면 내릴 테니 괜찮다고 사양을 했지만 아주머니는 기어코 앉기를 권해서 황송하게 자리에 앉았다. 나는 앉아서 무심코 아주머니꼐 혹시 교회 나가시는 분이 아니냐고 여쭈었더니 아주머니는 금방 반색하면서 그렇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 기뻐하며 묻지도 않은 말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아주머니의 말에 따르면 의성지방 시골교회 집사님인데 한 십년전에 이상한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들어보니 꼭 옛날이야기만 같은 내용이었다.
어느날 아주머니는 몹시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어떤 거지가 구걸을 하러 왔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던 아주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귀찮아서 퉁명스럽게 지금은 바쁘니 다른 데나 가보라고 거지에게 박대를 하며 내쫓은 것이다. 그런데 돌아서 나가는 뒷모습을 힐끗보니 놀랍게도 틀림없는 예수님이었다.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허겁지겁 쌀을 한 대접 떠서 달려나가 보니 거지는 그새 어디론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옆집으로 또 옆집으로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집으로 돌아온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통곡을 했다.
그때부터 아주머니의 눈에는 어떤 낯선 사람도 예수님으로 보이게된 것이다. 그렇게 아주머니는 십년을 하루같이 만나는 사람을 모두 예수님으로 알고 대접을 했다.
이야기를 다하고 나서 아주머니는
“세상 사람이 다 예수님으로 보이니까 참 좋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싶어예.”
그날 나는 살아있는 동화의 주인공 같은 아주머니를 한없이 쳐다보며 부러워했다. 여태껏 들어온 설교 중에서 진짜 설교를 들은 것이다. 버스비가 모자라 기차를 타게 되었고 뜻밖에 예수님 대접도 받고 아름다운 이야기도 들었으니 그날은 꼭 천국에 사는 기분이었다. 그 시골교회 아주머니는 가장 복된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분인 것이다.
자기 전 습관처럼 신곡을 읽고 권정생씨 산문집을 펴들고 위 내용을 읽었다. 갑자기 눈물이 핑돌면서 코끝이 찡해온다. 예수를 믿는 다는 것, 이렇게 아름다운 것…
내가 스물 하나였을 때, 학교앞 분식점 유리창을 통해 김밥을 빤히 쳐다보던 거지를 본 적이 있었다. 얼마나 굶었는지 그 유리창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다가가서 김밥 몇줄 사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차마 그러지 못했다.
그후부터 그 유리창 앞의 그 거지 아저씨 모습이 잊혀지지 않고 머리속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날 때마다 용기없는 나 자신에 대해서 책망하고 그 아저씨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그 사건 이후로 내 삶은 하루에 한 걸음씩 먼저 걸어가도록 훈련받는다.
아침 산행길, 할머니 밭짐 날라드리고, 쓰레기도 줍는다.
먼저 다가가서 손 내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수님 당신이 우리에게 그러하셨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