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현 신부님이 어릴 적 외할아버지께서 경향 잡지를 읽으실 때면 어린 손자를 곁에 두고 큰 소리로 읽으셨고 순교자들 이야기만 나오면 늘 우셨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런 순교자들의 삶을 듣고 자랐으니 신부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웠겠지만, 시대를 거슬러 온몸으로 부디끼며 살아오신 신부님의 삶이 이해가 된다.
미사를 드릴 때마다 숲정이를 읽어본다. 표지를 장식하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눈물이 핑 돌 때가 많다. 내가 사는 곳이 순교자의 고장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심코 지나치던 수많은 장소들에 순교자들의 피가 서려있다. 흔한 다리라고 생각했던 시장통 서천교만 해도 그 아래서 조윤호 요셉 성인이 18살의 어린 나이로 순교한 곳이다. 성인의 시신을 거지들이 줄에 매고 끌고 다닌 곳이 바로 그 다리 밑이다.
모르면 평범한 다리에 불과하지만, 내가 안 순간부터 그 다리는 성인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이다. 다리를 지날 때면 그 어린 나이에 죽음을 이겨낸 성인의 믿음을 떠올려보게 된다. 믿음이 약해질 때면 순교자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죽음을 이겨낼 불멸 그 무엇을 남기게 하였는지 말이다. 과학 앞에서 종교는 시시하고 미신으로 보인다. 종교와 과학의 싸움에서 종교가 이긴 적도 한번도 없다.
그러나 신앙이라는 불합리한 믿음이 나를 과학과 합리가 줄 수 없는 세계로 인도해주리라 믿는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사람은 과학의 그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믿는다.
헐… 어쩝니까. 문정현 신부님 어여 쾌차하소서~~~~~
덧 : 글고, 이번 총선… 솔직히 저는 좀 많이 실망했습니다. 4년을 그리 개고생해서 나온 투표율하며 새대갈당 퍼센트 보면 쯧!!!!!!!!!!!!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실망했습니다.
하지만 별 수 있나요. 우리가 뽑은 것이 사실이니…
가난한 사람이 부자에게 투표하는 투표의 역설이 해소되는 날이 과연 오기는 올까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