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을 다시 생각한다.
사람없는 깊은 산중에서 홀로 수행하는 노수행자의 삶. 그 삶에서 이 노승이 고백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는 역설적이게도 수많은 관계와 사람사이에 둘러싸인 우리가 보지 못하는 관계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보고 싶다고 알고 싶다고 매일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고 싶어도 이야기 하고 싶어도 한 번은 참고 속으로 속으로 담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관계의 본질적인 면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나를 모르고서 어떻게 상대방을 알아 갈 수 있겠는가.
맑고 고운 정신이 있다. 종교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야. 내 마음을 울리고 내 삶을 일깨워준다. 깊은 산속 그 끝도 없는 외로움속에서 노동과 일상의 모습을 통해 이런 고매한 정신에 다다른 노승. 얼마나 존경하고 사모하는지 모른다. 그 뻗뻗하고 꼬장꼬장한 자세와 외모. 말이 넘치고 빛나는 외모가 넘치는 시대에, 그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갔다. 그렇지. 그는 예언가였어.
바람이 그치고 밤이 깊어지는 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었다. 거센 바람이 그치니 빗소리가 잘 다가왔다. 우리네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바람이 불 때는 듣지 못한다. 바람이 그치고 나서야 듣는 소리가 있다. 우리네 인생도 그래, 때로는 저만치 떨어져 독서를 하고 묵상을 해야 할 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삶을 말야…
요즘 자기 전 독서를 하고 묵상하고 기도하고 일기를 쓴다. 이 시간이 얼마나 따스한지 그 때는 잘 모른다. 그 시간이 내 일상 틈틈히 밀려와 나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섬진강 봄 길을 걸었을 때 그 고요와 풍경이 나를 위로한 것처럼 자기전 저 시간들이 내 하루 하루의 일상을 위로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