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을 향해서 맹렬히 돌진하는 시기
생각의 방향과 길이는 그 길을 잃어버린다.
추위는 정신이라도 또렷하게 만들어주는데,
더위는 그렇지 못하다.
게다가 이 더위끝에는 가을이라는 지독한 계절이 기다리고 있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하루의 기록을 남기는 습관마저 무디어져 간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때때로 칼날처럼 날카롭게 다가오지만,
혼자라는 외로움이 주는 그 익숙함속에서
나는 혼자라는 하루의 만찬을 즐긴다.
시류에 시달리지 않고 나의 길을 나 스스로 개척하겠노라고 다짐했지만,
시류를 거스를 용기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삶은 아무나 살 수 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의 나를 보며 깨닫는다.
이전의 나와 요즘은 나는 달라도 많이 다른, 그래서 가끔 나도 당혹스러운 그런 모습이다.
권정생은 가난했던 그 시절 돈 오천원만 보내줄 수 없냐는 편지속에서도
평생을 아이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겠다고 다짐한다.
돈 오천원이라는 구걸아닌 구걸에 자존심 자존감 이런 것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비참한 삶속에서도 그는 가난을 받아들이고
그런 것들을 초월한 삶을 살았다.
그래서 그는 위대한 정신이고 혁명가이다.
나는 권정생이야 말로 기독교 정신의 한 가운데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신자로서 그를 존경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를 생각할 때마다 나는 내가 부끄럽다.
이런 모습으로 그의 고귀한 삶을 읽는 다는 것도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이 무더운 여름날
온 생명이 그 빛나는 생명력을 더해가는데,
나의 생각의 폭과 깊이는 담을 쌓아간다.
생각마저 이렇게 자유롭지 못하면서
어떻게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