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파문이후 산란계들이 어떻게 될지 뻔히 보여서 티비를 안보는데, 어제 그만 봐버렸다. 많은 닭들이 굶고 있다. 그 좁고 더러운 닭장에서 사는 것도 모자라 굶고 있지. 귀한 사료값앞에서 닭은 그냥 돈쳐먹는 애물단지. 아마 사료값과 병아리값 저울질 하다 닭들은 다 예정된 결말을 맞이하겠지.
이럴 때일수록 달걀을 더 먹어야한다. 미안한 마음에 달걀을 사다가 쟁여놓는다. 살충제가 들어갔을 지언정, 과일보다 안전할텐데… 굳이 저 닭들을 이렇게까지…
돈이 하느님인 이 사회의 단면이다. 모든 것의 척도와 기준은 돈. 지하철 한구간을 타도 1250원 왕복이면 2500원. 이 나라는 2500원이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택배를 보낼 수 있는 마법을 부린다. 그 마법이 가능하기 위해 택배산업이 어떤 꼴을 취하고 있는가. 인간이 물건이 되는 기적을 보여주는 나라다.
사람이 이런 대접을 받으니 동물이나 가축은 말 할 필요도 없다. 그중에서 산란계, 달걀을 낳는 닭은 사육이 아니라 폭력이다. 그 더럽고 좁은 케이지로도 부족해 밤에도 환하게 불을 켜는 농가가 상당하다. 내가 직접 접한 것은 아니지만 산란계로서 가치 상실 된 후, 그 닭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들었을 때 내가 들은 이 말이 사람이 한 짓이 맞는지 믿겨지지가 않았다.
우리는 얼마나 더 죽고 죽어야 생명을 가치에 눈을 뜰 수 있을까. 수십조 재산을 쌓아두고도 이건희는 편히 죽지 못한다. 역설적으로 돈이 너무 많아서 그는 죽지 못한다. 그 수십조 재산도 그를 살려낼 수 없다. 그것이 생명의 가치. 그 가치가 물건으로 대접받는데 사람이라고 온전할까. 우리가 이러고 사는건 다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