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전 이덕무의 글 하나 파스칼의 팡세 하나 씩 읽고 잔다. 자연스럽게 이덕무가 바라보는 세계와 파스칼이 바라보는 세계를 비교하게 된다. 이덕무 1741년 ~ 1793년, 파스칼 1623년 ~ 1662년. 이덕무가 한참이나 후대 사람.
이덕무는 당대 걸어다니는 백화사전으로 불려도 무방할만큼, 온갖 것에 관심이 많았고 당대 최고의 독서량을 자랑했던 사람. 그 시절 이덕무는 조선이라는 세계가 추구했던 이상적 유교 사회와 관점 자체가 달랐다. 그도 유학자였고 그 한계를 벗어나려 한 적은 없지만, 그는 당대의 주류가 받아들일 수 없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존재였다.
그런 이덕무도 과학적 세계관이라는 관점에서 파스칼과 비교하면 우울해진다. 동서양의 격차는 청나라가 들어서기도 전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파스칼의 인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지금 봐도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 냉철하고 합리적인 인간이 어떻게 그런 신앙을 가질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될 지경.
파스칼의 팡세는 합리와 신앙의 영역에서 괴로워하는 지금 크리스찬에게 좋은 책이다. 얼치기 창조 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권한다. 과학자이자 수학자였던 파스칼과 크리스찬 파스칼은 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