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소리로 바흐 곡을 들으며 잠에 드는 습관이 있다. 한없이 이어지는 선율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잠에 빠진다. 한가지 주제로 확장을 계속하는 변주곡이면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음악, 그래서 주로 바흐의 골드베르그를 올려놓고 잠에 든다.
이렇게 좋아하는 바흐, 그가 좋아했다는 북스테후드 음악을 일종의 의무감에서 사들었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을 잘 이해해주는 낙소스였기에 과감히 집어 들었다. 지금까지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그의 음악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바흐가 그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 먼길을 떠난 것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또 다시 새로운 귀가 열리고 새로운 작곡가 한 사람이 나의 견고한 성안으로 들어오게되었다. 무겁게만 느껴지던 북독일 음악에 나폴리의 화사한 햇살이 비치는 순간이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남겨진 음악도 별로 없다. 바흐보다 그렇게 옛 사람도 아니건만 악보도 많이 소실되었고, 음반도 그렇고 우리에게 남겨진 그의 유산은 적은 수만 남아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낙소스가 크나큰 선물을 안겨주고 있다. 그의 실내악, 독주곡 음반들을 필두로 성악곡까지 북스테후드 음악의 소중한 유산들을 부활시키고 있다.
내가 그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북스테후드의 실내악과 독주곡들을 다시 들어볼 작정이다. 이렇게 풍성하고 넘치는 아름다움을 오랜만에 잡아보는 듯 하다. 들으면 들을 수록 그의 칸타타에서는 새로운 기쁨이 넘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