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음반은 웬만하면 안사는 편인데, 포노에서 깜짝세일중이라 와일드의 음반을 골라집었다. 구매 리스트에서 언제나 마지막에 놓여있고, 그나마 장바구니에 담겨도 삭제되는 비운의 쇼팽음반들… 언제부터 쇼팽이 나를 거부하기 시작하였다.
거의 한세기를 살아온 이 피아니스트에 대한 나의 오마주(hommage)는 이 노거장의 음반을 모두 구입해주는 것이다. 이것이 내가 이 거장에게 취할 수 있는 최상의 예의인 것 같다. 미켈란젤리처럼 홈페이지까지 만든다면 더할 나위없겠지만, 다른 누군가가 해주리라 믿는다.
아름답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연주해서 진부한 곡이 되어버린 쇼팽의 이 명곡. 언제부터인가 발라드조차 내 청취목록에서 사라지고,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나지않는다. 얼마전 폴리니의 발라드를 듣기 전까지 1년 이상은 안들은 것 같은데 말이다.
와일드의 이 음반들 다시 들어보니 발라드도 훌룡하지만 스케르초에서 이 피아니스트 진가가 빛을 발한다. 발라드는 아무래도 타고난 리리시즘의 대가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고전적인 이 연주가 눈에 확 들어오는 힘들다. 이 연주의 미덕을 알아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요즘 피아니스트들이 발라드를 연주하려면 와일드 연주의 미덕을 본받아야 한다. 발라드는 낭만이 전부가 아니고, 4곡 전체를 아우리는 균형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와일드의 연주는 발라드 전곡을 관통하는 연주다. 마치 발라드 소나타 1,2,3,4 악장을 연주하고 있는 듯 하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연주라, 내 생각에 여든을 넘어 이런 연주를 들려준 피아니스트는 와일드가 유일하다.
스케르초에서는 와일드의 빛나는 음색이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하다. 발라드에서 잠시 주춤했던 그의 음색들이 팔색조처럼 빛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냐?
식었던 쇼팽을 향산 10년전의 열정이 다시 타올랐다.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삐쩍 골아서 정신병자처럼 보이던 주인공이 엄청난 테크닉을 선보이며 연주했던 쇼팽 발라드 1번 연주가 생각나네요 ㅎㅎ
언제 기회되면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독일군 장교 호젠필드 앞에서 스필만이 연주했던 그 장면은 두고 두고 가슴에 새겨진 명장면이네요. ^^
기회가 되시면 꼭 들어보세요. 좋은 연주입니다.
혹시 파일이 필요하시면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