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기는 쉬워도 살리기는 어렵다

지리산에 방사되었던 어미곰이 죽은 뒤 새끼곰도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사진은 지난 2월 어미곰의 품에 안겨 있는 새끼곰의 모습.

고아 반달가슴곰, 어미 따라 하늘나라로

어미가 죽고 저 사진속의 새끼곰도 죽었다.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서 단 한마리 남은 반달가슴곰이 밀렵군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을 티비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남한을 통틀어 단 한마리 남았던 수컷 반달 가슴곰인데, 인간이라 부르기도 아까운 밀렵꾼이라는 놈이 그놈의 보신식품이 뭔지, 그 마지막 한마리를 총으로 쏘았다. 총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사람에게 구조되었지만, 총상이 깊어 수의사들이 별 손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죽었다. 카메라는 그 반달곰의 마지막 모습을 필름에 담았고, 그 필름속에는 죽음의 고통으로 죽어가는 생명의 마지막 모습이 담겨있다. 곰이 죽어가는 장면을 보는데 그 곰이 얼마나 아파하는지가 내 살이 떨리게 전달되었다. 눈물이 쏟아지는데 살려고 하는 생명의 마지막 모습이 얼마나 존엄한 것인지 내 마음속에 깊이 새겨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 땅에 그 많았던 야생동물들이 파렴치하고 가치없는 몇몇 인간들의 주둥이 때문에 멸종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죽이기는 쉽다. 쉬우니까 죽이는 것. 그런데 살리는 것은 인류의 과학이 아무리 진보해도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를 통채로 갖다 팔아도 죽어가는 반달곰은 살릴 수 없다. 생명은 살아있을 때 그 존엄성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뒤늦게 반달곰을 되살리겠다고 야생에 방사하지만, 인위적인 이런 방사가 과연 이 야생 생태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안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 많았을 때는 왜 아무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가. 어미도 죽고 새끼도 죽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이지만 인간의 손이 타지 않을 때는 자연 순환의 일부이지만 인간의 손이 개입되면 그때부터는 가치라는 주관이 개입된다. 그래서 죽은 어미곰을 안타까워 하고 어미 잃어 죽은 것이 확실한 새끼를 찾아나선 것이다.

장일순 선생님은 한 밤에 울어대는 풀벌레 소리를 듣고,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그 작은 생명이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그 울음에 깊은 깨닫음을 느낀 것. 우리가 이런 깊은 깨닫음에 도달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생명이라는 것이 돈보다 귀하다는 생각은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가장 첫번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죽이기는 쉬워도 살리기는 어렵다”에 대한 2개의 생각

  1. 생명은 소중하고 자연도 소중하고. 곰은 남의일이 아닌듯합니다. 곰 한마리 마늘 멖이면서 키운지 어언 4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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