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리 vs 굴드 연주 자세 비교

미켈란젤리의 연주 자체는 그야말로 교과서 그 자체. 반면에 굴드의 연주 자세는 기상천외 그 자체.
허리를 꼿꼿히 세우는 연주 자세는 그야말로 피아노 연주자세의 교과서이다. 리히터의 자서전을 봐도 허리를 꼿꼿히 세워야 장시간의 연습이고 연주도 견딜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전신을 이용한 연주가 가능하다.
 
반면 글렌 굴드의 자세는 어깨 팔 손가락 허리 할 것 없이 모든 신체부위에 무리가 가는 자세다. 저런 자세로 연주하려면 글렌 굴드처럼 손가락이 길고 손가락 힘이 대단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그리고 저런 연주 자세로는 바흐는 가능할지 몰라도 프로포피에프 같이 기교와 힘을 요구하는 곡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글렌 굴드는 자신의 기교가 떨어진다는 비판에 힘입어(?) 프로프피에프 피아노 소나타 7번을 녹음한 적이 있다. 

지나치게 낮은 의자부터 시작해서 글렌 굴드의 연주 자세는 오직 글렌 굴드 그 하나 뿐이다.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기이한 자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쏟아내는 음악이 설득력 있고, 아름다웠기에 누구도 글렌 굴드의 연주 자세를 꼬집어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글렌 굴드의 연주자로서 짧은 생을 맞이한 것도 따지고 보면 그의 성격 탓도 크지만 장기간의 저런 자세로 인해 사실 육체적으로 많은 부분이 손상받은 것도 분명해 보인다. 얼추 흉내내려고 해도 손가락에 큰 무리가 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그는 노래까지 부르면서 연주했다.

미켈란젤리도 살아온 궤적은 평범함과 거리가 멀지만 음악 그 자체만큼은 언제나 순수한 그의 음색만큼이나 엄격하고 학구적이다. 자세부터가 미켈란젤리의 음악을 대변하는 것 처럼. 저렇게 허리를 꼿꼿하게 펴야 하는 이유는 부상의 방지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팔과 손목만을 이용하는 연주에서 벗어나 전신을 사용해 보다 효과적이고 강인한 기교를 발휘하기 위해서다.

피아노의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프란츠 리스트의 그림을 보면 이전의 얌전한 피아노 연주 모습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이전의 살롱풍의 연주에 적합했던 고고한 자세에서 벗어나 피아노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앉아 허리를 꼿꼿히 세우고 온몸을 사용해 연주하는 그의 연주 자세는 당시로서는 상대할 적수가 없는 어마어마한 다이나믹과 힘을 표출하였다. 일례로 리스트가 연주하고 나면 줄이 끊어지는 피아노가 부지기수 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연주회에서는 늘 여러 대의 피아노가 준비되었다. 이런 리스트의 엄청난 힘을 견뎌댄 유일한 피아노가 아직도 스타인웨이와 자웅을 겨루는 뵈젠도르퍼이다. 

피아노 연주자의 자세를 한가지로 정의 내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리스트 이후 허리를 세우고 전신으로 연주하는 자세는 일종의 표준처럼 여겨졌다. 당시의 부루주아 계층의 성장과 더불어 음악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대규모 음악홀이 필요로 했고, 그런 음악홀에서 연주하려면 악기 자체의 진화는 물론이고 연주자의 진화도 필수로 수반된다. 바이올린은 그래서 거트현에서 강인한 울림으로 큰 음량이 가능한 스틸현으로 교체되었고, 피아노 역시 현과 현의 팽팽한 긴장을 유지할 수 있는 강철 프레임이 등장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사회의 변화와 리스트와 같은 천재의 출현이 맞불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시대를 거치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악기는 다 개량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미켈란젤리 vs 굴드 연주 자세 비교”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음악에 는 문외한이라 글랜굴드의 연주는 어렵네요.
    미켈란젤리의 연주는 음악에 대한 저의 무지함도 뛰어 넘나봅니다.
    영롱함의 결정체! 역시 영혼을 흔드는 힘이 있어요.
    눈을 감고 들어도 좋지만
    너무나 곧은 자세로 가볍게 머리를 흔들며 연주하는 모습 또한 경외심을 주네요.
    츠바이크가 릴케를 회상하며 모는 천박한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고 하던데.
    그 글을 보면서 미켈란젤리가 떠올랐답니다.
    왠지 그도 그랬을 것 같은.
    아름다운 영상 잘보고 갑니다.

  2. 미켈란젤리의 삶이 그렇지요.
    천박한 것하고는 거리가 먼…
    그의 엄격한 생김새부터가 그의 삶을 말해주는 것 같네요.
    또 반나뵈어서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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