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밥맛 떨어지게 하는 국민의 방송 KBS지만 어제 KBS 스페셜은 눈가에 맺히는 눈물과 볼을 동그랗게 말아올리는 웃음으로 본 다큐였다. 100여년 전 이 땅의 선조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귀한 자료일 뿐만 아니라, 신앙의 선배들이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알 수 있는 자료이다. 전통이란 전통은 죄다 미신이네 우상숭배로 몰아부치는 일부 개신교 신자와 그 일당들이 보고 얼마나 깊이 반성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다큐이기도 하다.

기독교의 본질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한 나라의 전통과 역사를 존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님은 이 다큐를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사라지고 잊혀진 우리의 옛 모습에 대한 향수뿐만 아니라, 우리 가톨릭 신앙인이 우리의 전통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귀한 가름침이 담긴 필름이다.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님이 얼마나 진심으로 이 땅과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랑했는지 내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필름. 왜곡된 우월주의와 동정심이 아닌 진정어린 사랑이 어떤 것인지 내게 보여주었다. 우물의 신, 삼신 할메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한국에는 많은 신이 존재하는데 우물의 신은 삼신이다. 이 신은 깨끗한 물 한 잔만 받는 아주 겸손한 신이다” 또 사찰에서 받은 신부님의 감동어린 글 또한 잊을 수 없다.

일제시대와 한국 전쟁, 그리고 근대화의 숨막히는 질주와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전통이 얼마나 많이 파괴되었는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전통이라는 것이 지금의 나에게까지 뿌리깊게 형성되고 몸에 베여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전통이라는 것은 누구 하나가 만들 수 없고, 누구 하나에 의해서 파괴될 수 없는 우리라는 공동체 모두의 자산이고 정신이라는 것이다.

망한 나라의 백성이지만, 우리 선조들의 일상이 얼마나 고귀하고 풍요로웠는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는지 이 필름을 보면서 내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가난했지만, 마음까지 가난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우리네 선조들이 지닌 진정한 위대함일 것이다. 농사라는 존엄한 전통과 그 전통으로 이어지고 생성하는 공동체. 이것이 진정 우리 문화의 위대함이리라.

이 필름은 사라져간 위대하고도 눈부신 지난 날에 대한 기록이다.


소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밥상을 받아든 선교사님의 모습과 선교사님을 대접하는 노인. 젓가락질에 능숙한 모습까지도. 모든 것이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개다리 소반 하나까지도 어쩌면 이렇게 우리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는지. 조선 목공예품은 하나의 자연이라 불릴 수 있었던 까닭도, 우리네 선조들의 삶이 자연을 닮아서일 것이다.

한국 천주교의 오늘이 저절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한번 머리속에 되뇌인다. 주님을 위해 자신의 가장 귀한 목숨까지 희생한 신앙의 조상이 있었고, 우리를 위해서 모든 것을 헌신한 푸른 눈의 선교사들이 있었다. 예수라는 이름 안에서 모두 하나로 아름다움 모습을 그려내니 주님이 진정 원하시던 삶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보는 내내 눈물과 웃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 필름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우리가 회복해야 할 것에 대한 그리움의 기록이다.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님의 모습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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