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색

지난 겨울 우리집 실내온도가 영상 3도였다. 난방을 해도 별로 따뜻하지 않은 옛날집인 까닭에 그냥 난방을 하지 않고 살았다. 얼마나 추웠는지 추위가 뼈에 사뭇친다는 표현이 맞다. 입에서 입김이 나오니까. 흐. 그래도 지금 이사온 집은 단열은 잘된 편이라 대략 10~12도 사이에서 지낸 것 같다. 근데 다시 겨울이 온다면 이번에는 18도까지 올려놓고 살거다. 추우니까 게을러지는 것도 있지만, 춥게 지내니까, 일사량이 부족한 겨울에 우울증에 시달리는 것 같다. 환경을 사랑하지만, 나는 나를 더 사랑하는 것 같다. 난방유의 절약보다 밝고 활기찬 내 일상이 중요한 것 같으니.

전에 서울에 살 때는 그 다닥다닥 붙은 서울의 주택가에서 선풍기 하나 없이 여름을 보냈다. 도심의 찌는 듯한 그 더위를 내가 어떻게 견뎌냈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이 말을 나의 음악 스승님에게 했더니 내가 일단 고집이 너무 세다는 것 그리고 기름값 아낄려고 너무 답답하게 살지 말라고 조언을 건냈다. 옳은 말이다. 그래서 고집을 조금은 줄이기로 했다.
지금 사는 집이 숲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에어컨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전에 살던 집의 에어컨은 동생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창문을 열고 지내면 그까짓 더위는 참아낼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문득 내가 인내심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악조건을 견디에 낸 것을 보면 말이다. 하하. 늘 급하고 욱하는 성격탓에 내가 인내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써놓고 보니 인내심이 없다면 저런 조건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었겠는가. ㅎㅎ
여름을 난 사랑한다. 기름값 걱정 안해도 되고, 나무의 생명력이 절정에 이르는 그때에 나는 내가 비로서 나무처럼 살아있구나 느낀다. 사람들은 추위보다 더위가 싫다지만, 난 더위를 사랑하려고 노력한다. 그 더위때문에 나무가 빛을 내기 때문이다. 여름이 깊어질수록 한밤의 정적과 그 분위기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깊은 밤 숲사이에서 품어져 나오는 나무의 숨결은 내 마음까지 고결하게 만들어준다. 순간의 고결이지만, 나무로 인해 나의 몸과 마음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요즘 이 시간에 느끼는 한여름밤의 정적은 다른 계절에서 줄 수 없는 여름의 아름다움.
더위따위는 참을 수 있다.

궁색”에 대한 4개의 생각

  1. 저도 추위보단 더위가 좋습니다. 서울집엔 아직 에어콘연결을 하지않았는데요. 관악산자락이니 올해는 걍 부채로 지내볼까합니다. 사람에 대한 인내와 자신에 대한 인내가 다른듯합니다. 겨울을 그렇게 나셨다니 극기가 대단하십니다.
    전 못합니다.ㅎㅎ

  2. 저야 집안에 오됴기기 운용하는 사람이 여럿있으니 돌려가며 변통하면 됩니다. 기기변경은 조급해지면 손해많이 봅니다. 맘도 편치않고. 우리 느긋하게 합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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