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헌정



장 미셸 필크가 편곡한 슈만의 헌정을 창윤이형 블로그에서 들었다.

재즈로 연주되는 헌정을 들으니 원곡이 주는 느낌과 재즈가 갖고 있는 특유의 즉흥성이 혼합되어 묘한 느낌을 준다. 초반부를 이끄는 피아노 독주는 현대적인 왼손 반주와 슈만 ‘헌정’의 고전적 멜로디 라인이 덥입혀 따라 흐르면서 시작되는데, 굉장히 세련된 감각의 편곡 솜씨가 아닐 수 없다.

중반부터는 베이스와 드럼이 합세해 리듬으로 옷을 바꿔입은 헌정이 나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굉장한 설득력을 가진 연주다. 서양고전음악을 편곡해 재즈로 연주한 음반은 많지만, 대체적으로 원곡은 원곡대로, 편곡한 재즈곡은 재즈대로 제 느낌을 갖지 못했는데, 장 미셸 필크 트리오의 연주는 굉장히 훌룡하다.

이름을 보면 프랑스 출신 같은데, 유럽 재즈 음악가들은 본토 미국에 비해서 예민한 멜로디 감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유럽 재즈 음악가들도 그러하고, 장 미셸 필크도 그중의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재즈에 대한 관심이 요즘 시들 시들하는데, 굉장한 음악을 알게 되었다.

슈만의 ‘헌정’ 원곡은 가사가 붙어있는 가곡이다. 슈만과 클라라의 결혼식 전날 밤에 슈만이 클라라에게 직접 헌정한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인 것.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은 음악사에서 견딜 상대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또 아름답다. 클라라의 일기를 보면 왜 클라라가 죽는 날까지 혼자서 슈만의 아이들을 키우면 혼자 살아갈 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클라라에게 슈만은 전부이자, 클라라 자신이었다.

험난한 파도와 같은 시련을 이겨낸 슈만이 사랑하는 클라라를 위해서 단숨에 작곡한 26곡의 가곡에 ‘미르테의 꽃’이라는 이름을 붙여 클라라에게 결혼 전날 밤에 헌정하였다.

헌 정

그대야말로 나의 영혼이요, 나의 마음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즐거움, 나의 괴로움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삶을 영위하는 세계여,
그대야말로 내가 하늘을 비상하는 하늘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가슴의 고민을 
영원히 장사지낸 나의 묘혈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평안이여, 포근함이여 
그대야말로 하늘로부터 내려주신 것이여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의 값어치를 깨닫게 하고, 
그대의 목표야말로 나의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그대의 사랑이야말로 나를 높여 주는 것이여, 
나의 선한 영혼이여 더욱 선한 나의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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