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하디의 이 시가 떠오르는 오늘…

오로지 사람 하나 느린 걸음으로

말없이 그저 흙을 갈아엎을 뿐,
늙은 말은 연신 비틀거리며 끄덕이며
졸음에 겨운 듯 무겁게 움직이고.

오로지 엷은 연기 한줄기 불꽃도 없이
덩굴풀 더미에 피어날 뿐,
그러나 뭇 왕조가 사라져도
이것은 변함없이 이어지리라.

처녀 하나와 그의 총각
저어기 속삭이며 지나간다.
전쟁의 연대기가 구름 되고 밤 되어도
그들의 이야기는 그치지 않으리라.

“뭇 나라의 괴멸”이 오는 시대에, 토마스 하디 (김길중 옮김)

 

뭇 왕조의 소멸속에서도
처녀와 총각이 만나 사랑을 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보통의 삶은 이어진다.
거대한 나라간의 소용돌이도,
땅과하늘을 움직이는 저 대포의 포성도
두려운 것은 세상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손 끝이 아니라,
사랑 한번 못해보고,
보통의 삶 조차 누리지 못하고
사라진 이름없는 영혼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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