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곡 이달

  가을 하늘에 한 조각 달


  한밤중에 시름이 이네


  강남에 외로운 나그네 있으니


  객사 다락엔 비치지 마소


  登驛樓


                      蓀谷 李達


一片秋天月 中宵生遠愁


江南有孤客 休照驛邊樓



동산역에서


시골집의 젊은 아낙은


저녁걸가 없어서


빗속에 나가 보리를 베어


숲속으로 돌아오네


생나무는 축축해서


불길도 일지 않는데


문에 들어서니 어린애들은


옷자락을 잡으며 우는구나

< 나그네 시름 >


이 몸이 어찌 다시 동서를 따지랴


뿌리 뽑힌 쑥처럼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네


한 집 살던 친지들 모두 다 흩어진 뒤에


타향에서  새해를 난리중에 맞이하네


돌아가는 기러기는 천봉 눈 위로 그림자 지고


스러지는 호각 소리는 새벽바람을 타고 날리는데


성문 바깥길은 물길 구름 속 서글퍼서


꽃다운 풀 볼수록 고향생각 끝이 없어라 .

<그대를 보내고>


오월이라 앵두가 익고


산마다 소쩍새가 우네


그대를 보내고 부질없이 눈물 흐르는데


꽃과 풀들은 저마다 무성키만 해라

<가림에서 안생과 헤어지며>


산이 가까워 저녁 그늘 짙게 깔렸는데


날이 저물자 가을 기운 더욱 서글퍼라


내일 아침 백제땅 가는 길에 오르면


뒤돌아보며 그리워하겠지


<어느 곳이 그대 집이던가>



서울 와서 떠도는 나그네요


구름 낀 산 어느 곳이 그대 집이던가


가냘픈 연기가 대숲길에 피어오르고


보슬비에 등꽃이 지는 그곳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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