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회

1.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무책임한 담임목사님이 어느 날 갑자기 필리핀으로 선교를 가시겠다고 사택 돈 빼달라고 말씀하시고 떠난 뒤, 교회는 그나마 20명 정도 되던 교인 수가 10명으로 줄었다. 반주도 없이 찬송하는 아이들 보기가 안쓰러워 교회 반주를 시작한지도 두어 달 되어간다. 독학에 피아노 코드도 모르는 내가 반주하는 것을 보면 우리 교회 사정을 알만 할 것이다.

밖에서 보면 작고 허름한 상가 교회에 불과하지만, 나는 우리 교회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우리 교회는 목사 보고 다니는 교회도 아니고, 누구 하나에 의해서 끌려가는 교회도 아니고, 10명 성도가 모두 한 힘으로 끌어가는 교회라는 자부심 말이다.


2.
몸이 아파서 지난주 어린이 예배 반주를 못했다. 일주일동안 내 마음이 돌덩이가 올려진 것 같았다. 형편없는 반주실력이지만, 내 반주에 맞춰서 찬양하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내 심연 깊은 곳에서 작은 힘이 밀려온다. 그 힘이 오늘처럼 몸이 아픈 날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준다.


3.
새로 오신 목사님이 사실 마음에 많이 안 든다. 고민없이 신앙생활 하는 분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할까? 모태신앙에 대해서 부러움도 갖고 있는 한편에 모태신앙이라는 것의 한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회는 10여명 성도가 함께 이루어가는 공동체라는 생각이 내 불만을 잠재운다. 교회는 목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 대한 2개의 생각

  1. 조금 심란한 마음에 이 글을 읽으니 떠오르는 시 구절이 있어 남깁니다. 그 ‘작은 힘’이 늘 거기에서 솟아나길 기도합니다.

    나는 맹세한다 / 내 속눈썹으로 손수건을 짜리라 / 그 위에 그대의 눈에 바치는 시를 새기리라 이름도 새기리라
    그 이름에 가슴의 물을 주면 그것은 노래로 녹아서/수풀의 오두막들을 적시리라 / 순교자와 입맞춤 그보다 더 고귀한
    하나의 문장을 쓰리라

  2. 마흐무드 다리쉬라는 팔레스타인 시인이 쓴 시네요.
    찾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런 비장한 시에 어울리는 사람이 됨됨이가 되어야 할텐데,
    제 그릇이 작아서 늘 걱정입니다.

    태안 자원봉사 사진 잘 봤습니다.
    저도 작은 힘이 되어야 할텐데 큰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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