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 박경철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하다. 의사라는 본업보다 주식투자로 성공한 경제전문가의 이미지가 강하다. 어려서부터 방대한 독서량으로 인문학적인 소양을 쌓았고 본업인 의사의 길을 걸으면서도 얼치기 경제 전문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실력으로 종횡무진 활약한 분. 모두가 환호 할 때 버블을 경고했고, 모두가 두려워 할 때 투자를 권했던 버핏과 같은 현인? 그정도는 아니더라도 개인으로 대단한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그런 성취를 바탕으로 티비에 자주 등장하며 자신의 풍부한 지식을 설파하고 안철수와 함께 토크 콘서트로 온 국민의 열망을 받았던 그런 분. 그 때 만해도 안철수는 새정치의 상징이고 이 분은 젊은이의 멘토로 새로운 세상을 열 것만 같았다.

정치에 입문한 후 안철수의 말도 안되는 행보속에 이분의 입김이 강하게 묻어난다는 풍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안철수의 행보는 안드로메다로 가기 시작한다. 급기하는 새정치라는 이름의 땡깡정치 열게 된다. 부정부패에 대한 강력한 제재,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장하더니 얼마 뒤에는 5대 중범죄만 아니면 누구나 출마가 가능한 오픈프라이머리에 사인을 한다. 왜냐고 물으니 혁신이라고 답한다. 그래서 혁신의원장을 맡아달라고 했더니 싫다고. 추천을 해달라고 하니 묵묵부답. 이제는 더 나아가 새정치를 넘는 혁신정치를 추구하신다. 전당대회를 통해서 선출된 정당한 대표도 혁신 전대로 다시 뽑아야 하고, 혁신정치를 위해서는 호남당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행보를 보인다. 말은 없지만 행보는 호남당으로의 회귀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광주에 가셔서 기자회견을 하신다. 혁신 정치, 혁신 후보, 혁신 전대… 혁신의 혁신을 보이는 정치를 열어놓는다.

안철수와 같이 정치를 시작한 사람중, 지금 안철수 옆에 남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윤여준은 결국 안철수에게 악담을 퍼 붙고 떠났고, 금태섭 변호사는 소위 안철수 캠프라는 곳의 한심한 작태에 대해 얼마나 답답했는지 책에다 써놓았다.

그런데 떠나는 사람의 입에는 늘 시골의사가 따라다닌다. 이것이 우연일까? 국회의원 100명으로 줄이자는 이 희대의 발상이 시골의사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말이 들린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만권의 독서를 통해서 쌓아올렸다는 그의 성찰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1만여권의 책과 함께한 그 긴 시간이 아무 소용이 없으니 말이다. 정치의 개혁을 위해서는 민의가 반영되는 선거구제의 도입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며, 해방 당시시 인구수에 맞춰 선출한 국회의원수를 시대에 맞게 정상화하는 것이 순리다. 민의의 왜곡이 불러일으킨 정치의 기형화, 그 기형화에 지역구도는 안주하고 분산되지 않는 권력의 달콤함을 누리기 위해서 정치불신을 조장하고 기존의 구조에 안주하려 한다. 이것이 호남정치로 대변되는 호남 기득권 정치인들의 비열한 사고방식이다.

조금만 시대를 읽고 생각을 펼쳐놓으면 국회의원 수를 늘려 권력을 분산하고 그 권력의 분산만큼 비용 또한 같이 절감해야 하는 당위성을 이해하게 된다. 권력의 독점이 낳은 폐해의 본질, 그 본질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인 시각이 1만권의 책으로 쌓여올려졌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허무한 노릇인가. 시골의사라는 명성을 가져다 준 경제적인 혜안 또한 정치의 본질과 별 상관이 없다는 생각도 들게된다. 성공한 사업가 안철수 문국현이 가져 다 준 야당의 시련을 봐도, 또 성공한 사업가도 아니지만 성공으로 포장하여 거대한 사기를 친 이명박을 봐도. 이런 과정을 통해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된다. 사업가는 정치인이 되면 안된다. 경제논리는 정치라는 거대한 삶의 문제와 같은 방식으로 작동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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