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는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서울의 꽤나 유명한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분. 물론 나이는 나 보다 한참은 어리지. 그런데 아무나 수석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작은 손으로 피아노 치는 것 보면 내 손이 다 부끄러울 지경.
레슨을 일주일에 한 번 받는데 받을 때마다 내가 피아노를 얼마나 못치는지 좌괴감에 빠져든다. 거의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혀서 실력이라고 해봤자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십수년은 거의 피아노를 쳐보지 못해서 실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 그래도 악보는 나름 잘 본다고 생각했는데 쇼팽 발라드 1번 레슨을 받으면서 내가 악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많이 배워가는 중. 쇼팽 곡이 임시표도 많고 화성변화가 심해서 악보를 본다는 표현보다는 연구한다는 자세로 봐야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나 같은 아마추어가 접근하기에는 처음부터 가능한 길이 아닌 듯. 천재라면 모를까.
아무튼 레슨을 받고 알아가는 기쁨도 있는데 레슨을 받고 그만큼 연습해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연습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천재일 것.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으니 이게 업인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엉망진창인 박자감각에 선생님은 처음에는 웃다가 요즘은 경악을 금치 못하시고 계시고, 피아노 연습을 하루에 한 시간은 해야 하는데, 이게 쉽나? 아무튼 피아노를 사기는 쉬운데 연주하기는 피아노 값에 백배를 한 것보다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