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뷔시 전주곡 1권, 미켈란젤리

드뷔시 ‘전주곡 1권’ (1977년 녹음, DG 413 450-2) , 아루트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새삼 거론 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유명한 미켈란젤리의 대표적인 명반이다. 미켈란젤리의 노년기의 녹음이지만 녹슬지않은 기교와 곡의 정곡을 찌르는 정확한 해석으로 지금까지 이곡의 최고의 명반자리에서 내려 올 줄을 모르는 음반이다. (물론강력한 도전자인 짐머만이 있기는 하지만…) 이 음반의 가치를 두고 어떤 이들은 기적이다, 다시는 태어날 수 없는 불후의 명반이다…등등 온갖 수사적 찬사들을 동원해 이 음반의 가치를 매기고 있다. 글쓴이 역시 이 의견들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에 속한다. 왜냐면 나의 미켈란젤리에 대한 애정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미켈란젤리의 별스런 기행이나 독특함 그리고 완벽주의는 역사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굴드정도… 그러나 이처럼 별난 미켈란젤리의 음악세계는 전혀 별나지 않다. 굴드가 별난 삶처럼 그의 음악도 초개성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미켈란젤리는 정확한 악보 해석, 빈틈없는 기교, 과장없는 루바토등 소위 말하는 정통파 피아니스트로 불린다. 미켈란젤리가 남들보다 눈에 뜨는 점은 정확한 악보해석과 무서울정도의 치밀하고 차가운 기교였다. 이러한 미켈란젤리의 특성에 잘 맞는 곡이 어렵기로 소문난 드뷔시의 전주곡이다. 그래서 미켈란젤리의 전주곡이 Best of Best로 꼽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드뷔시의 전주곡이 오늘 날 그래도 이정도의 대중성과 지명도를 갖게 된데에는 미켈란젤리의 막대한 공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나역시 미켈란젤리를 알기 전까지는 이 멜로디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려운 이 곡의 매력을 알지 못했다.

우선 이곡은 위대한 바하의 영향을 받은 선배 작곡가인 쇼팽처럼 바하의 영향으로 24개의 조성에 따라 작곡되었다. 추가된 것이 있다면 각 곡마다 매력적인 표제들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제목만 높고 보면 얼마나 멋진 곡일까 하는 환상을 불러일으키지만 불행이도 제목처럼 쉬운 곡이 아니다. (나는 이곡을 얼마나 더 들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 하지만 피아노의 음향적인 측면으 보았을 때 이곡처럼 효과적인 곡도 없다고 한다. (남들이…) 어쨌든 당시에 이러한 곡을 썼다는 것만으로도 대한한 일인 것은 분명하며 피아노의 기능적인 측면을 확장시킨 이곡의 위대함은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위대한 작곡가의 이 명곡은 미켈란젤리라는 걸출한 피아니스트를 만나 날개를 달았다. 드뷔시를 좋아해서 지금까지 많은 음반을 사고 들어왔지만, 미켈란젤리만큼의 충격을 가져다 준 음악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 첫 곡부터 미켈란젤리의 피아노 소리는 다른 피아니스트들과는완전히 다른다. 그 정교한 페달링과 핑거링을 통해서 울려나오는 피아노 소리는 불순물이라고는 전혀없는 순도 100%의 물처럼 맑고 투명하다.

그래서 나는 이 음반을 들을 때마다 미켈란젤리라는 인간의 위대함을 물론이고 똑같은 피아노로 어떻게 남들과 다른 소리를 만들어 내는지 궁금해진다. 미켈란젤리가 이곡을 녹음 할 당시의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아무리 위대한 피아니스트라도 노년에는 기교는 예전같지 않다. 그리고 드뷔시의 이곡은 노년의 여유과 원숙함으로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이렇게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리는 완벽에 가까운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개인적으로 참 무서운 인간이라는 생각이든다.

처음 이 드뷔시의 전주곡을 들었을 때 나는 거의 매일 졸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재미없는 곡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계속해서 듣다보니 하나 하나 귀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피아노의 세계였었다. 리스트의 말년 작품이나 스크리아빈의 몇몇 작품에서도 이 것과 비슷한 것을 느끼지만 드뷔시의 피아니즘은 완벽하게 드뷔시만의 것이였다. 그제서야 나는 드뷔시라는 위대한 천재를 제대로 알게 되었고 그 덕분에 현대음악까지 귀동냥을 할 수 있게되었다.

슈만의 시인의 사랑에는 분덜리히의 음반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처럼 드뷔시의 전주곡에서는 미켈란젤리가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있다. 덕분에 짐머만이나 베로프의 뛰어난 연주가 빛을 잃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 인간이 완성한 이 놀라운 명반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 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드뷔시가 생존해있다면 미켈란젤리에게 절이라도 해야 될 것 같다. 스크리아빈과 호로비츠도 그렇지만 드뷔시와 미켈란젤리, 작곡가와 작곡가를 제대로 이해하는 연주가는 반드시 필요한 것 같다. 왜냐면 천재는 늘 시대를 앞서가기 때문에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천재를 발견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처럼 어렵기 때문이다.


드뷔시의 전주곡 1권 표제들…

1. 델피의 무희들 2. 돛 3. 들을 지나는 바람 4. 소리와 향기가 저녁 대기속에 감돈다 5. 아나카프리의 언덕 6. 눈 위의 발자국 7. 서풍이 본 것 8. 아마빛 머리의 소녀 9. 끊어진 세레나데 10. 물에 잠긴 사원 11. 푸크의 춤 12. 민스트렐

 

드뷔시 전주곡 1권, 미켈란젤리”에 대한 2개의 생각

  1. 음 드뷔시 얘기를 하니까 친구가 ‘가져라’ 하면서 자기 CD를 그 자리에서 복제해 준 음반이네요(원본 주면 누가 잡아먹나 -_-). 어쨌든, 잔향 하나까지도 딱딱 끊어낸다는 느낌을 받곤 했는데, 역시나 완벽한 연주라는 세상의 중평이 있었군요. 이런 연주가 생겨버리면 다른 음반에 손이 안 간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있겠지만 뭐… 참 굉장한 피아니스트인것만은 확실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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