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그때의 뚜렷한 기억 하나.
그 시절 한 달에 한번 정도 우리집을 찾아오던 거지가 한명 있었다. 엄마는 늘 마다않고 식사를 차려 대접했다. 거실 문간에 앉아 밥을 먹던 그 거지의 모습. 어린 그 시절의 나에게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뚜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아버지는 돈을 줘서 보내지 왜 그렇게까지 하냐 엄마를 타박했지만, 엄마는 늘 밥을 푸고 찬을 꾸려 식사를 대접했다. 우리가 먹는 똑같은 그릇과 수저 젓가락으로. 식사를 마치면 그 거지는 엄마가 손에 쥐어주는 얼마 안되었을 돈을 받고 떠났다.
어른이 되고 엄마가 없는 지금, 이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베푼 호의가 아름답고 그 아름다운 마음의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마음에 비가 내린다. 오늘은 이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왜 인지 감당할 수 없을만큼의 눈물이 쏟아졌다. 봄이 온 것이다. 찬란한 봄.
그 시절 거지도 염치를 알았다. 기꺼이 문간에 앉아 식사를 했고 문고리가 닳도록 찾아오지도 않았다. 나눠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서로 염치를 알고 사람의 인정을 알았던 시절. 우리 엄마는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 따뜻한 마음을 받는 거지도 염치를 알았다.
그때의 그 광경이 내 기억속에 뚜렷한 것도, 세상을 알고 나이를 먹어갈 수록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며 사는 것이 점점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따스한 사랑을 온전히 받고 자란, 축복받은 사람이었다는 것.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는 그런 사람이었을거야. 구질 구질하고 자잘하지 못했던 사람이라 혼자 누명을 다 쓰고… 왜 그렇게 이별 연습할 시간도 안주고 홀연히 외로이 그 먼 길을 떠났는지 생각하면 가슴이 많이 아프다. 그렇지만 남은 사람들은 그대로 열심히 살 수밖에… 그것이 삶일지니… 엄마처럼 사람들에게 따뜻한 가슴을나누며 그렇게 정말 그렇게 살아가자꾸나. 공허한 위로도 할 수는 없지만 엄마가 많이 보고싶다. 때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