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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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민한 것이 2가지가 있는데 소음과 냄새다. 막걸리를 좋아하셨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면 늘 그 술냄새가 같이 따라온다. 유년 시절의 기억은 컴컴한 작은 방안의 사물과 같다. 또렷하게 떠올리기 힘든데, 기억의 존재는 분명하다. 그 기억속의 냄새는 아직도 생생해 술에 취한 노인을 만날 때면 그 냄새에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 시절에도 지금도 이 냄새는 좋은 기억은 아니다. 이것은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여러 이유중 하나. 향수 냄새도 싫어하는데 술 냄새를 좋아할 리 없다.

사람마다 자기의 냄새가 있다. 이걸 체취하고 부른다. 사람마다 자기의 체취가 있고 자기의 얼굴을 책임지는 것만큼 자기의 냄새 또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들은 그렇다 쳐도 나이도 젊은데 냄새가 고약한 사람을 만나면 참 괴롭다. 말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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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장마다운 장마를 만났다. 근래들어 장마는 죄다 마른 장마. 가뭄에 큰 해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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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어깨와 하체 운동을 하고 30분을 걸었다. 무산소 유산소를 병행하니 건강해지는 기분. 숲 옆길로 들어서면 숲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향기는 이런 것을 두고 일컬어야 한다. 화장지까지 가향을 하는 이 시대는, 향기가 넘쳐나는데 향기가 사라진 시대.

숲속으로 들어가면 소음과 냄새는 사라진다. 그래서 그 곳에 가는 것이 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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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김훈의 수필을 읽으며 잔다. 그의 글을 읽으면 문장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말 장난이 넘쳐나는 시대에 그의 글은 진지하다. 꼰대 같은데 자유롭고 옛스런 문장인데 참신하다. 한문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그 문체를 이 시대에 맞게 풀어내는 그의 방식을 좋아한다. 아버지를 회고하는 글을 읽고 김훈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안되는 구석이 많은 인물중 한명이지만, 그가 살아온 삶을 읽으니 그냥 심정적 동조가 된 것. 그의 아버지도 그도 결코 평탄한 시대를 살 수 없었다. 그것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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