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저명인사들의 추잡한 과거를 보고 있자니 끓어오르는 공분 너머 나 자신을 보게 된다. 내가 과연 저 위치에 있었더라도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권력은 인간을 자기의 본능과 본성 가까이 이끈다. 거의 모든 예외 없이 어떠한 형태의 권력을 누리는 자는 그래서 타락하게 되어 있다. 심지어 종교인들도 이 명제에서 예외가 없다. 대형 교회 목사들의 타락은 종교가 인간의 본성에 가까워졌을 때 얼마나 도덕이 무기력한지 보여주는 좋은 예.
어떤한 형태의 권력이든, 내가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만에 빠지는 순간 인간은 타락한다. 정치권력만이 아니다. 그것이 명성이든 명예든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의 분노가 권력의 소외된 자의 한풀이가 아닌가 염려가 된다.
유혹에 약한 것은 철인이 아닌 이상 보통의 사람은 벗어날 수 없지 않는가. 내가 술을 마시지 않는 이유중 하나도 이것. 이 사회가 술 마신 이의 미친 짓에 얼마나 관대한지 생각해보라.
타락은 권력의 속성이며 본질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누리는 자의 본모습을 대면 할 때면 분노하게 된다. 그것이 권력에서 소외된 자의 한풀이일라도 정당성을 갖게 되는 것은 적어도 이들은 타락하지 않았기 때문.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내가 저 위치에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생각하면 자신이 없다. 유혹은 맞서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답은 정해져 있다. 더욱 움츠려 들어야 하고 말은 아껴야 한다. 그래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슬프게도 현실에서의 모습은 그 반대. 그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보통의 어느 누구도 권력앞에서는 보통의 사람일 뿐이니.
대부분의 가해자가 남자라는 사실은 이 사회의 권력구조가 남성위주로 편향되었다는 것을 보여주여주는 동시에 그 권력구조 속에서 권력을 가진 남자들의 일그러진 본모습을 보여준다. 생존경쟁과 같은 권력 쟁취 과정을 고분분투하며 올라간 이유가 고작 이럴려고였을까. 권력과 그 권력에 취한 남자들의 추악한 본모습. 나도 남자고 유혹에 약하고 권력에 약하고 , 저런 인간과 다를바 없다는 사실이 두려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