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반드시 일본과 합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불만이 있어도, 손해라도 나쁜 이웃집에 사는 대가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가만히 지금까지의 보도를 살펴보면 우리 정부는 한국기업출연+일본기업출연+한국정부출연 이 안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나갔고,일본은 일본정부는 물론이고 일본기업출연까지 제외한 안을 마지노선으로 들고 나온 듯.
결국 합의는 전적으로 우리가 돈을 내느냐 마느냐 여기에 달려있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합의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보면 대답을 못하겠다.
양국 정부와 기업이 모두 출연해서 해결하면 가장 좋지만 이건 순진한 생각이고 마지노선은 일본 기업이 얼마라도 출연금을 합의하고 이외에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한국측이 부담. 일본기업출연금은 상징적인 의미의 소액으로 책정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일본은 일체의 일본 정부 기업의 출연은 거부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합의를 해야만 하는가 생각해보면 평소 합의를 주장한 사람들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합의를 진행한다면 국민 여론이 잠잠하고 합의를 환영할까?
중국에 이어 일본도 우리에게 자신들은 믿을 수 없는 이웃이라는 자기증명을 이뤘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우리에게는 이전보다 더 나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장은 힘들 것. 중국 일본 두 정부에 의해서 강제로 체질개선에 나서는 것이니까.
우리에게 경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외교라는 것은 그간 수없이 경험해왔지만,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약소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스스로 자강을 도모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깡패들에게 둘러싸여 법과 질서를 말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서글픈 것은 폭력은 혁명의 유일한 무기라 강조했던 신채호 선생의 생각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 인류로서 인류를 압박치 못하며, 사회로서 사회를 박탈치 못하는 이상적 사회를 꿈꾸었던 그의 조선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여전히 국제관계의 본질은 무력에 있다. 무력은 경제력 없이 나오지 않는다. 점점 경제동력을 잃어가는 지금 우리 앞에 험난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위기 앞에서 잠자는 숲속의 공주께서 청와대에 계시지 않다는 것. 그 어떤 최악의 상황도 이 보다 더 큰 민족의 비극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