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21

1.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늦여름이다.
한낮에는 덥지만 그늘에서는 시원하고
밤에는 춥기까지 하다.
지금이 계절의 여왕이다.
가을은 슬프고, 겨울은 시린 계절.
지금이 신록이 가장 아름다웠던 때를 기억하며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신록이 잠들고 따사로운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이 축복을 즐기리라…

 

2.
직장을 갖다보니 서로 다른 환경, 시간…
마음은 처음 만났을 때 그때인 것 같은데,
이제는 만나고 싶어도 쉽지가 않네.
나이를 먹으면 이런 것이 서러운 것.

 
3.
마음속의 고향같은 음연.추석이 되기 전에 한번 다 모여서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 했으나,
직장에 메인 몸은 내 몸이 아닌 것.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들 곁에 있으리라.

 

 

 

 

 

 

 

 

중간지점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찍은 사진이다. 시내와 저 멀리 보이는 산 아래 동네 중간에 위치해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산 아래 살다가 여러가지 이유로 시내에 가까운 이곳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살기는 시설은 열악해도 산 아래 동네가 더 살기 좋았다. 이곳은 그래도 너른 평야지역이라 시야가 사방으로 확 트여있다.  그리고 4차로 대로가 지나고 있어서 교통도 편리한 편.  이것이 여러가지 이유로 지금 사는 곳이 오래 살기에는 부적합한 곳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가장 큰 이유는 한밤중에 마을을 감싸는 정적을 이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산속 동네 답곡에서 느끼던 그 무거운 정적. 마을을 감싸고 도는 그 차분한 분위기는 처음 내가 답곡을 가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 느끼게 한다. 처음 답곡에 갔을 때 마을 입구에서 나를 맞이해주던 반디불과 깊어가는 가을저녁의 그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 나는 그렇게 그 동네에 첫날부터 매료되었던 것 같다. 그러니 물도 안나오고 화장실도 없는 그 집에서 1년을 살았지. 겨울에 뼈를 울리는 추위가 뭔지도 그곳에서 알았다. 겨울에 낭방하지 않고서도 견디던 나였지만 그 산속동네에서는 그건 견디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

지금 나는 사는 곳의 위치만큼 중간에 서 있다. 그리고 삶도 중반에 서 있다. 여기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결정하느냐가 나의 남의 삶을 결정하겠지. 나도 이제 내 삶의 반절 정도 달려왔다. 무엇 하나 이룬 것은 없지만 그래도 후회가 조금은 적은 삶을 살아왔다. 직장생활과 함께 시작한 삶의 빠른 변화속에서 어느 덧 나도 직장 2년차가 되어가고 있다.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요즘은 무엇보다도 바쁜 삶을 살고 있고. 월요일이 시작하면 금새 주말이 되고 즐거운 주말은 어느 순간 눈을 떠보면 월요일 직전.

여름이 지나고 있다. 유난히 힘든 여름이었다. 정신도 차릴 수 없었고 차리자마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이제 여름이 시들해져가고, 일조량은 줄어들겠지. 그리고 가을이 오고. 그렇게 또 한해가 가고 또 그렇게 겨울을 맞이한다.

그래. 겨울이 온다.

폴리니의 젊은(?) 아닌 어린 시절

 

폴리니의 이 시절 사진을 보고 있으니 요즘 폴리니 사진하고 격한 대조를 이룬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 것은 당연지사. 폴리니는 참 곱게 늙었다. 음악에 헌신한 삶에 대한 보상이라고 봐도 될 듯 싶게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거장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고 있으니, 한 사람의 삶과 음악 인생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저 나이게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들고 그후로 지금까지 그 기대를 저버리지고 않고 음악인생을 살아왔다. 이제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의 노인이지만, 그 노인에게도 저런 풋풋한 눈부신 젊은 날이 있었고, 그 젊은 날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음악에 대한 헌신.

폴리니 당신은 진정한 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