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1. 건축학개론을 보고 은은한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아침에 일어나서도 은은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구나. 눈물은 말라버렸는데, 그때의 내 마음은 아직도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네.

 

2. 건축학개론의 휴우증이 나타나기 시작.
그 시절의 기억들이 계속 해서 반복재생.
기억의 울타리가 참 넓은 것 같으면서도, 이럴 때는 좁은 내 마음같다.

젊다는 표현보다는 어리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 시절.
머리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기억의 파편들이
내 마음 한 조각을 짝을 맞추기 위해 꺼내간 것 같다.
마음에 달빛이 가득하다.

 

3. 첫사랑을 만나고 사랑한 것이 내 인생 제 일의 사건이었던 그 때.
첫사랑을 만나고 사랑한 그 기억이 내 인생 제 일의 사건인 지금.
그것을 성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치유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앙의 유산

문정현 신부님이 어릴 적 외할아버지께서 경향 잡지를 읽으실 때면 어린 손자를 곁에 두고 큰 소리로 읽으셨고 순교자들 이야기만 나오면 늘 우셨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이런 순교자들의 삶을 듣고 자랐으니 신부가 되는 것도 자연스러웠겠지만, 시대를 거슬러 온몸으로 부디끼며 살아오신 신부님의 삶이 이해가 된다.

미사를 드릴 때마다 숲정이를 읽어본다. 표지를 장식하는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눈물이 핑 돌 때가 많다. 내가 사는 곳이 순교자의 고장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심코 지나치던 수많은 장소들에 순교자들의 피가 서려있다. 흔한 다리라고 생각했던 시장통 서천교만 해도 그 아래서 조윤호 요셉 성인이 18살의 어린 나이로 순교한 곳이다. 성인의 시신을 거지들이 줄에 매고 끌고 다닌 곳이 바로 그 다리 밑이다.

모르면 평범한 다리에 불과하지만, 내가 안 순간부터 그 다리는 성인의 숨결이 묻어있는 곳이다. 다리를 지날 때면 그 어린 나이에 죽음을 이겨낸 성인의 믿음을 떠올려보게 된다. 믿음이 약해질 때면 순교자들의 삶을 떠올려본다. 무엇이 죽음을 이겨낼 불멸 그 무엇을 남기게 하였는지 말이다. 과학 앞에서 종교는 시시하고 미신으로 보인다. 종교와 과학의 싸움에서 종교가 이긴 적도 한번도 없다.

그러나 신앙이라는 불합리한 믿음이 나를 과학과 합리가 줄 수 없는 세계로 인도해주리라 믿는다. 과학의 세계에서도 사람은 과학의 그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