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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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이 뒤숭숭한 이 시절에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여자는 알아주는 명문대 공대를 나왔다는데 생각하는 수준이 중학생 수준을 넘지 못하고. 상황이 이러니 상황파악과 대처 능력이 중2병 수준에서 왔다갔다 한다. 도올이 정확하게 지적했다. 구중궁궐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공주처럼 떠받쳐 살다 부모가 총맞아 죽은 비극을 겪은 여자의 정신상태. 무균의 상태에서만 지내 아무런 면역력도 갖지 못한 정서적 유아. 친구들하고 고무줄도 하고 넘어지기도 한 그런 정상적인 여자와 거리가 멀기에, 이 여자의 정신상태를 비롯한 모든 것은 정상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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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이틀 남았는데 그다지 유쾌하지가 않다. 모든 것이 태양때문인가. 지나치게 차분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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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이 태평성대를 누리다 보니 나의 주식계좌는 사상 최대의 마이너스를 기록 ㅋㅋ 어디까지 내려가나 보자.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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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달자씨가 몇년 전 성당 주보에 기재한 글을 다시 읽다보니 뼈에 사무치게 엄마가 보고 싶다.  우리 모두는 그렇데 엄마의 희생으로 여기 서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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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싶었는데 겨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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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지금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가을이 오면

여름의 강렬한 태양은 사라지고 볕 좋은 곳에 앉아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좋은 그런 날이 가을. 태양이 힘을 잃어버리니 온세상도 같이 힘을 잃는다. 부지런한 나무는 벌써 옷을 갈아 입는다. 여름날 세상을 다 덮을 듯한 초록의 기세 대신 강렬한 원색으로 세상을 채우지만 그 화려한 색깔의 뒤에는 쓸쓸함이 진하게 베여있다. 햇빛이 따스하고 숲과 거리의 풍경이 화려해져도 그것은 마지막 성찬과 같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가을은 쓸쓸하고 겨울은 외로운 계절이다. 가을의 풍요는 여름의 선물이고 겨울을 나기 위한 성찬이다. 나는 가을이 달갑지 않다. 가을이 좋은 점은 그래도 겨울보다 낫다는 것. 겨울의 문턱인 가을이면 서리처럼 마음도 내려앉는다. 지나치게 차분한 마음은 제자리를 좀처럼 찾지 못한다. 카뮈의 소설 ‘이방인’ 뫼르소가 그러했던 것처럼 모든 것은 태양때문이다. 태양이 기운을 차리는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나겠지. 늘 그러했듯이 반복되는 탈피의 과정이다. 조금 더 나아지고 성장한다. 나이를 먹는 것은 이런 것. 나의 외모는 늙어가지만 나의 마음은 단단해진다.

 

 

시공의 해방

 

‘오디오는 시공을 왕래하기 위한 장치이다.
녹음이란 시공을 봉인하는 것이며,
재생이란 시공을 해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노데라 코지, 스테레오 사운드 199호

인간의 개념으로 셈 할 수 없는 천년이라는 시간 전에도 사랑했으나 사랑받지 못하는 이의 마음은 시간을 초월한다. 기보법은 악보로 그 마음을 새겼고, 연주자는 그 긴 시간의 봉인을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