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저녁을 먹으러 가는 도중 새끼 고양이가 차에 치여 길위에서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았다. 차마 지나칠 수가 없어서 차를 세우고 고양이 곁으로 갔다. 그 짧은 시간에 고양이는 눈을 뜨고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니 길가에 뛰어든 고양이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럴 수 있지. 사람이니까. 하지만 사람이라면 적어도 그 고양이를 길가 한 쪽 구석으로 옮겨줄 수는 없는걸까? 그건 양심의 문제까지 넘어가지 않는 염치의 문제다. 사람으로 염치가 있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
고양이를 거두고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같은 녹생당원 분이 자기 집 감나무 밑에 잘 묻어주셨다. 밤에 그 집을 찾아가면서 눈 뜨고 죽어간 새끼 고양이가 불쌍했고, 그 새끼 곁은 떠나지 못해 옆에서 울기만 하던 어미 고양이 생각이 났다.
사람이 왜 그럴까. 사람이 왜 그럴까. 이럴 때마다 내가 사람인 것이 괴롭다. 내가 착해서도 아니고 마음이 여려서도 아니다. 염치를 알기 때문이다. 한 생명이 도로에서 죽어가는데 그냥 지나치는 사람을 생각하면 사람으로서 염치를 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