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 후

1.
가뭄이 길어진다. 오늘 새벽부터 비가 많이 내렸다. 잠결에 들리는 빗소리에 아. 다행이다.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이 지역은 가뭄에서 좀 벗어난 지역이기는 하지만, 가뭄으로 온나라가 난리니 말이다. 사상 최대의 엘리뇨가 다가온다고 하니 겨울을 더욱 춥고 봄가뭄은 얼마나 심해질까. 비가 내려야지 온나라를 다 적시고도 남을만큼.
2.
비가 내리는 그 빗소리의 청각적 감흥도 즐겁지만 빗내음과 함께 빗물을 머금은 세상은 차분해진다. 이 차분함이 나는 좋다. 물론 집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면 더욱 행복할게다. 나는…
3.
비가 내리면 대기는 맑아지고 거리는 깨끗해진다. 내 마음에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4.
하늘에서 내리면 비가 되지만 땅에 내리면 물이 되어 순리대로 흐른다. 그래서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고이면 썩는다. 과학적 증명이 필요없는 태초이래 고고한 진리. 생명이 살아숨쉬는 강에 보를 만들어 물길이 막혀 흐르지 못한 물이 썩어가는데, 강을 살린다는 사기로 국민을 우롱한 작자. 그런 작자가 대통령이라는 지위까지 올라간 이 비극. 이 나라의 현실이 이토록 저열한 까닭은 단적인 예다. 반성없는 정치인이야 늘상 있어온 일이지만 반성없는 국민에게 내일이 없어 보인다. 
5.
역사는 물처럼 고고한 흐름을 견지한다. 적어도 역사를 공부한 학자라면 국정화 교과서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잘 알테다. 역사까지는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좀 갖춘 대통령을 바란다. 남의 나라 대통령에게 Poor President ! 소리를 듣고도 멍청한 웃음으로 넘기는 그 천박 쪽박. 내가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아주 많이… 하긴 뭐 워킹 poor 하우스 poor … 푸어가 넘치는 세상이다. 대통령이 푸어홀릭이니 나라 국민도 Poor 풍년 !!! 

짧은 생각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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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이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주말에 하루만 놀아야지 이틀을 놀면 월요일이 괴롭다. 잠은 꼭 집에서 자야하고. 집에 쟁이는 습관도 집돌이가 체질이라 그런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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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폭풍수다를 떨었는데, 평소 말이 거의 없다 맘 맞는 사람만 만나면 성령의 은사를 입어 방언이 터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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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트레이닝은 늘 하는 운동이지만 늘 무슨 재미로 하는지 모르겠다. 일종의 습관인 듯… 유도를 하다보면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사무실 옆 누나는 내가 스킨쉽을 갈망해서 유도하는 한다고… 듣고 박장대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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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잊을 수 있어도 자신을 사랑해준 사람은 잊지 못하는 법이다 – 다나베 세이코 ‘딸기를 으깨며’

그제 어제 퇴근하고 씻자마자 잠들었다. 이틀을 푹 자다보니 몸도 마음도 개운한 기분. 잠을 아껴가며 일하거나 공부한다는 말은 살면서 생각해보면 틀린 말 같다. 세상에 잠처럼 몸과 마음에 좋은 약이 없다.

운동도 못하고 학원도 못가고 책도 못읽고 레슨도 못 받았지만 괜찮다. 잠을 잤으니까.

깨어나지 않는 잠은 두렵지만, 다시 깨어날 수 있는 잠은 얼마나 달콤한가. 살아있는 삶의 축복이다.

계절이 가을로 들어서니 신록이 푸르름을 잃고 겨울을 준비한다. 여름의 빛나는 생명력이 사그러드는 이 가을은 그래서 서글픈 계절이다.

햇빛마저 한여름의 그 뜨거움은 다 잊어버리고 따스하게 내리쬔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 겨울은 긴 잠이다. 봄날에 깨어나기 위한. 춥고 황량한 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