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완연하니 하늘도 가을을 품는다. 하늘이 어찌나 서럽게 청명한지 마음까지 서늘해진다.
카테고리 보관물: 기억 # 1
짧은 생각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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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이렇게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낮에만 여름을 느끼지만 그마저도 예전같지 않다. 이제 가을. 외롭고 서러운 계절이다. 부지런히 햇볕을 쬐어야겠다. 가을보다 더 긴 겨울이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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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서 나만 결혼하면 끝인데, 내가 문제다. 누구를 만나도 그냥 그렇고 안만나도 그냥 그렇고. 연애세포가 자연사 한 듯. 스물 한살에는 사랑때문에 죽음이 이렇게 가까웠나 싶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귀찮네. 내 마음은 아직도 사랑을 갈구하지만, 내 몸은 이제 점점 귀찮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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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다 또 허리를 다쳤다. 엄청난 무게를 들어올리다 그런 것이라면, 그래… 억울하지라도 않겠다. 내 체중만큼의 무게에도 허리가 이렇게 부담스러워하다니… 운동을 안한 것도 있지만 배가 나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배가 나오면서부터 복근을 비롯 코어부분의 모든 근육이 배를 닮아간다. 근육도 나태해지는 것. 뱃살부터 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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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없을 때는 시간이 남아돌았는데 돈이 좀 수중에 있으니 이제 시간이 없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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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호남당으로 남기를 바라는 건 호남에 있는 상당수의 현역 국회의원들. 쓰레기 같은 놈들. 호남 사람들 피를 빨아먹는 모기같은 놈들이다. 그리고 그 모기같은 놈에 기생하는 사람들. 일제시대에 태어났으면 일왕에게 충성을 다 할 놈들. 역겹다. 이런 놈들이 이 지역의 국회의원이라는 것이. 그리고 이런 놈들을 뽑아주는 이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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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 그게 직장인의 운명이다. 그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뭔가를 배우고 여행도 가고 일탈도 꿈꾸지만, 월요일이면 자정의 신데렐라처럼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지. 결국 운명의 극복은 사표를 내는 것이고, 그것의 의미는 경제적 해자 아니면 궁핍으로의 회귀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의지.
벚나무가 벌써 가을 채비를 한다.
출장을 나가며 천변의 벚나무들을 바라본다. 아직 가을은 아닌데 벚나무들은 벌써 가을 채비를 하고 있다. 잎사귀는 이제 생기를 잃었고 노란색으로 갈아입은 잎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바닥에는 벌써 떨어진 잎들이 수북하고 늘어선 나무들의 모습에서 여름보다는 가을이 보인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무는 얼마나 부지런한지 먼서 계절에 서, 계절을 예비한다. 나무를 닮아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는 그 나무를 닮아야 하는데, 삶이 세워지자 마자 추해지는 시멘트 건물처럼,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