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 아니지

바람이 부는 곳은 어디일까. 그 기원도 끝도 알 수 없는 바람. 나는 이 바람에 대한 동경이 있다.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말도 바람. 그래. 그렇게 난 바람을 닮고 싶었다. 보이지 않지만 맨살에 닿아야 그 존재를 느낄 수 있고, 나무가지를 흔드는 그 손길에 그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바람은 무형으로 유형을 만들어 세상을 움직이는 숨결이다. 그렇지 어머니 지구의 숨결.

바람을 보려면 숲으로 가야 한다. 이왕이면 대숲이면 더 좋지. 거기서는 바람의 노래까지 들을 수 있으니까. 답답한 사무실에서는 더욱 바람을 닮고 싶다. 창밖의 은행나무를 흔드는 저 바람. 시인은 잔가지를 지날 때 바람이 많은 상처를 입는다며, 바람의 상처까지 걱정했다. 그런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으니 시인이 될 수 있었던거지.

시작도 끝도 없는 그 바람의 자유로움이 좋다. 시작도 끝도 없으니 바람은 오직 지금 뿐이다. 그래서 지금 내 살갗에 와 닿는 이 바람은, 영원의 전달자.

피곤

그제 어제 얼마나 피곤했는지 씻지도 않고 양치도 안하고 잤다. 잠깐만 자려고 누웠는데 일어나보니 아침. 뭐때문에 그리 피곤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아니어서 활동반경을 최소한 줄여야 하는데, 좀 싸돌아다녀서 그런 듯.

어제 회사 전직원 회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상집. 국민은행 5500명 희망퇴직 뉴스를 보니 저금리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한지 피부에 와 닿는다. 회사만 믿고 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도 새삼 깨닫게 되고. 이 비열한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수단을 강구해야겠다.

토일월

토요일
홍대에서 맘 맞는 사람들 만나서 즐거운 대화
엄마 이야기 하다가 잠깐 눈물
저녁에는 많은 사람들 모인 모임
목이 쉬어버렸네.
 
일요일
새벽에 꿈에서 엄마가 안아주었다.
자다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네.
성당을 다녀와서
전주에서 그랜드피아노를 봤다.
가와이 그랜드 186 사이즈를 쳐봤는데
가와이도 좋기는 좋다.
영화 매드맥스 재미있다.
소문이 무성하면 재미없는데 그래도 재미있었음.
곡선은 없고 직선이 난무하는 영화임에도.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 생각이 나서
운전하다 눈물이…
 
월요일
주말 일정을 생각해보니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은데 늘 마음은 한구석은 그렇지.
다시 시작하는 월요일
다시 시작하는 회사일정
다시 시작하는 피곤함
뭐 그게 일상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