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요즘의 일상을 돌아보면 평온 그리고 기쁨 하지만 그 삶을 누군가의 희생이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직장생활도 4년차, 이제 일은 할만하고 힘든 일도 없다. 하는 일이 비해 월급도 많이 쳐주는 회사다보니 불만도 없다. 나 같은 사람 받아준 것만 해도 사실 감사한 일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라는 곳에 얽메인 삶이 주는 회의감. 그것이 늘 존재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회사 떄려치우고 싶다는 이야기지. 나만 그런 것은 아니잖아. 근데 회사는 계속 다닌다. 왜나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답이 없으니까. 호구지책이 그래서 무서운 거지. 대출금 카드값 생활비… 돈을 버는데 돈을 갈망하게 된다. 이 생활이 너무 싫다. 백수일 때는 돈은 없어도 참 행복하게 살았는데, 돈도 벌고 내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뭐 없는게 없는데 삶이 돌아보면 아쉽다. 채워지지 않는 근원적 상실감이 존재한다.

이렇게 살고 이러다 늙고 이러다 죽겠지. 그래도 난 한번은 이런 삶에 도전해볼거야. 도전없이 사는 건조한 삶을 거부하겠어. 나는 아직도 살아있고 살 날이 많이 남았으니까…

“인간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행할 때일수록 희열에 넘쳐 철저하게 악을 행한다”

“인간은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행할 때일수록 희열에 넘쳐 철저하게 악을 행한다” 파스칼이 한 말이다.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횡횡하는 철저한 신념, 즉 악의 이야기.

신념에는 종교가 없다. 나의 신념을 종교적으로 포장해서는 안된다. 종교가 다르다고 신념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종교를 갖게되면 세상에 평화가 올까? 그건 지옥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묵상과 기도

요즘 내 삶에서 가장 큰 변화는 자기 전 묵상과 기도를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을 좀 읽고 나의 하루와 내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한다. 나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하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한다. 삶이 얼마나 풍성해지는지 모르겠다. 내가 나아진다는 설레임까지 불러온다. 습관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법정 스님의 책을 다시 읽는다. 이 노승이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 온 후 느낀 삶의 소회를 읽다보면 맑고 깨끗하게 살아온 이의 삶이 얼마나 고귀한지 새삼 깨닫는다. 어려운 어휘도 없고 문장도 짧지만 그속에 깊은 삶의 의미가 묻어있다. 읽고나면 내 속까지 맑아진다. 그래서 묵상하기에 참 좋은 책이다. 스님의 책을 읽고 하느님을 묵상하기 좋은 것을 보면 내가 아직 독서량이 부족하고 많은 기독교 저자들이 반성해야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된다.

물은 세상 모든 것을 품는 넓은 마음을 지녀 그 형태도 자유롭지만, 그 물이 얼어버리면 돌처럼 단단하고 칼처럼 날카로워진다. 사람의 마음도 이와 다를까. 내 마음 씀씀이를 어떻게 해야할지 어제 법정스님의 글을 읽고 많은 것을 생각했다. 위선과 오만에서 벗어나야 참된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다. 나는 아직도 수많은 포장과 겉모습에서 자유롭지 못한 약한 사람.

일상속에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가를 깨닫고나서야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채워갈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게 된다. 그 채워나가는 기쁨이 소망이 되어, 하루 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채워갈 수 있게 된다. 나의 삶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기억한다. 내가 사람이라면 잊어서는 안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