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레슨

다니는 피아노 학원 선생님이 서울의 꽤나 유명한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한 분. 물론 나이는 나 보다 한참은 어리지. 그런데 아무나 수석 졸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 작은 손으로 피아노 치는 것 보면 내 손이 다 부끄러울 지경.

레슨을 일주일에 한 번 받는데 받을 때마다 내가 피아노를 얼마나 못치는지 좌괴감에 빠져든다. 거의 독학으로 피아노를 익혀서 실력이라고 해봤자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그나마 십수년은 거의 피아노를 쳐보지 못해서 실력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 그래도 악보는 나름 잘 본다고 생각했는데 쇼팽 발라드 1번 레슨을 받으면서 내가 악보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지 많이 배워가는 중. 쇼팽 곡이 임시표도 많고 화성변화가 심해서 악보를 본다는 표현보다는 연구한다는 자세로 봐야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나 같은 아마추어가 접근하기에는 처음부터 가능한 길이 아닌 듯. 천재라면 모를까.

아무튼 레슨을 받고 알아가는 기쁨도 있는데 레슨을 받고 그만큼 연습해야 하는 고통도 따른다. 연습이 즐거운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 천재일 것. 연습을 해도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으니 이게 업인 사람은 얼마나 힘들까.

엉망진창인 박자감각에 선생님은 처음에는 웃다가 요즘은 경악을 금치 못하시고 계시고, 피아노 연습을 하루에 한 시간은 해야 하는데, 이게 쉽나? 아무튼 피아노를 사기는 쉬운데 연주하기는 피아노 값에 백배를 한 것보다 어렵다.

토요일 번개 후기

1. 커피스트
커피 맛나더군요. 예가체프라면 그 귀족적인 맛이 특징인데 여기 예가체프는 약간 서민스러운 맛이었습니다. 이인희님도 다시 뵙고 장유호님은 처음 뵈었네요. 유호님은 첫인상이나 목소리가 참 좋으시네요 ㅎ

2. 랍스터
아침부터 서두른 일정이라 피곤해서 잘 줄 알았는데, 재미있어서 못잔 영화. 초반부에는 좀 지루한가 싶었는데 점점 몰입하게 되는 영화.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

3. 7PM
시골 사람 티가 날 수 밖에 없었던 현장. 모든 음식이 다 처음먹어보는 음식. ㅋㅋ 게다가 맛도 아방가르드하게 느껴지고. 참석하신 다른 분들이 맛나게 드시는 것을 보고 새삼 반성도 좀 하게 되었습니다.

수다가 떨다보니 시간이 한도 없이 길어지고, 결국에는 예매한 표를 취소하고 막차타고 내려갔네요. 개들만 아니면 하루 자고 갔을텐데, 개들 밥을 줘야해서 이제 외박은 힘드네요 ㅡ.ㅡ

지적이고 고아한 취향을 지닌 보라, 자타공인 목소리 미녀 숙현누나, 여전히 예쁘신 준주누님, 그리고 정많은 사랑샘.
모두 즐겁게 보냈습니다.
굳이 안그래도 되는데 버스타는 곳까지 배웅해주신 우리 사랑샘님. 언제나 Thank You !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서 미식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새벽이 주는 위안

요즘 퇴근하고 밥 먹고 신문을 보고 바로 잔다. 10시나 11시즘 일어난다. 그럼 새벽에 깨어있다. 이 새벽의 정적이 나는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이 시간에 피아노를 치면 내가 피아노를 얼마나 못치는지 새삼 깨닫게 되지만 피아노 소리가 고혹적으로 들린다. 늦은 밤이 새벽으로 넘어가는 이 깊은 어둠이 정적을 몰고 온다. 그 아우라는 다른 시간대는 감히 범접 할 수 없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잊고 지낸 새벽을 요 몇일 누리다 보니 얼마나 새벽이 달콤한지 잊었던 감각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이 정적이 다가오고 나서야 모든 사물은 제 소리를 찾는다. 나도 그렇고. 참 좋은 시간이다. 이 시간은…